특검에서 살아남기 ⑤
유일한 강북 청사
본격적으로 특검이 출범하기 전 민중기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뻗쳤던 기억이 난다. 당시 사무실을 어디로 할 것인가와 관련해 무성한 소문이 돌았다. 사무실 관계자는 경기도 판교도 알아보고 있다고 귀띔을 했고, 판교에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모두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들어본 적 없다"는 말만 돌아왔을 뿐이었고, 결국 특검팀이 선택한 곳은 새로 지은 광화문 KT 빌딩이었다.
얼핏 보면 시설도 좋고 위치도 좋아 보였는데, 기자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기자실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쏟아지는 날씨에 기자들은 특검 사무실 밖에서 주요 참고인과 피의자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사실 이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가본 적이 없긴 하지만, 겪어본 기자들 모두가 입을 모아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뻗치기 하던 한 기자가 너무 뜨거워 쓰러졌다는 기사도 나올 정도였다. 최근 빌딩 측과 잘 협상이 이뤄져 뻗치기 정도는 내부에서 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고 한다.
"3대 특검 중 가장 핫한 특검"
김건희 특검은 출범 전부터 기자들 사이에서 제일 관심이 높았다. 내란 특검은 이미 검찰 특수본의 수사가, 해병 특검은 지난해 공수처의 수사가 이뤄지고 난 뒤였기 때문이다. 반면, 김건희 특검은 창원지검에서 하던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서울남부지검에서 하던 '건진법사 게이트'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말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단계였다. 지금까지 진전된 수사를 제외하더라도 새로 찾아야 할 증거, 조사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 말은 곧 기자들이 취재해야 할 대상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한다.
특검팀도 이를 의식했는지, 예상보다 빠르게 수사를 전개해 나갔다. 양평고속도로, 삼부토건, 통일교 의혹까지 빠르게 압수수색이 전개됐다. 거의 매일 아침 압수수색 단독 기사와 풀 문자가 나왔고, 덕분에 각사 김건희 특검 담당 기자들은 쉴 틈 없이 기사를 써 내려가야 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만 16가지. 최근 새롭게 터지고 있는 '명품 의혹' 등을 포함하면 오히려 수사가 진행되는 속도보다 수사를 할 대상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른 느낌이다.
윤석열 '속옷 브리핑' 사건
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달 10일 발부됐다. 그 직후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소환 조사와 진행 중이던 내란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내란 특검팀과 재판부는 서울구치소에 신병 인도를 촉구하는 요청을 했지만,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두문불출'은 꽤나 오랜 기간 이어졌다. 김건희 여사 조사 초읽기에 들어간 김건희 특검팀도 초조했을 것이다. 김 여사를 조사하려면 이전에 윤 전 대통령 조사는 꼭 진행했어야 할 터, 특검팀은 결국 강제구인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1일, 특검팀은 첫 번째 강제구인을 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호기롭게 구치소 문을 통과한 특검 차량은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이어진 오후 2시 30분 정례 브리핑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체포대상자가 전 대통령인 점을 고려하여 자발적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피의자는 수의도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체포에 완강하게 거부하였고 특검은 2-30분 간격을 두고 총 4회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의자는 체포에 계속 불응했습니다"
이른바 '속옷 브리핑'은 순식간에 기자들에게 퍼져나갔다. 당연히 브리핑 현장에서도 대다수의 기자들은 '수의도 입지 않은 채'에 관심이 쏠렸을 테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타 특검팀에서도 이 브리핑과 관련해 수많은 말들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체포영장 마지막 기한인 7일, 특검팀은 2차 강제구인 시도에 나섰지만 결국 윤 전 대통령을 데려오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