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에서 살아남기 ⑦
1차 수사기한 종료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1차 수사기간이 8월 30일부로 종료됐다. 특검팀은 수사기한을 연장해 9월 29일까지 2차 수사를 진행하게 됐다. 1차 수사기간 동안 특검팀이 주력한 건 임성근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구명로비, VIP 격노 의혹, 박정훈 항명 기소 사건을 꼽을 수 있겠다. 타 특검과 비교했을 때 아직 해병 특검은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있지만,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으로 펼쳐질 수사 2막에서 해병 특검이 다룰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순직 해병특검에 외교부 관계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건 지난 7월 중순쯤인 것 같다. 외교부가 특검에 관계된 일은 단 하나. 바로 지난해 '런종섭' 사태로까지 불렸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사건이다. 이 사건이 터졌을 때 나는 아직 사건팀에 있었기 때문에 그 중요도를 잘 알지 못했다. 다만, 당시 이 전 장관이 호주로 입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자들 사이에서 인천국제공항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며 많은 관심을 모았었다. 지금 내가 특검 취재를 하며 이 사건을 다시 들여보니, 석연치 않은 점이 꽤나 있다. 피의자 신분인 사람이 대사로 임명되는 것부터 수상한 공관장 자격회의 심사까지. 수사는 아직 현재 진행 중이지만, 언론에 나오는 것만 봤을 때 수상하긴 수상하다. 기자들은 특검 초기부터 이 전 장관이 소환되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특검이 언제든 이 전 장관에 대해 강제수사를 진행하더라도 지금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개신교계 구명로비
얼마 전 미국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SNS에 의미심장한 글귀 하나를 남긴다. "한국 정부가 교회와 미군기지를 압수수색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역만리에 있는 미국 대통령이 설마 한국의 특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인지, 기자들 사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이 발언은 해병 특검이 지난 7월 18일 여의도순복음 교회와 극동방송, 김장환·이영훈 목사 등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에 대한 것이었다. 특검팀은 채해병 순직 이후 임 전 사단장의 구명로비가 개신교계 인사들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으로 의심하고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독교계에서는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는데, 아직 특검이 개신교 인사들에 대한 직접 소환조사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휴대전화 포렌식, 이미징 작업들은 진행된 걸로 보아 조만간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인권위원회
특검은 9월부터 국가인권위의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기각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은 채해병 순직 당시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지만,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과 통화한 뒤 입장을 바꿨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위원이 속한 군인권보호회는 당시 군인권센터가 제출한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및 징계 중지, 국방부 검찰단장 직무 배제 등 긴급구제 조치 신청 안건을 기각하며 논란이 일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1일)은 박광우 전 인권위 군인권조사국장 직무대리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내일(2일) 박진 전 인권위 사무총장의 조사도 예정되어 있는데, 이후에도 인권위 관계자들에 대한 줄 소환이 전망된다.
중간 소회
오전 소환자 커버 - 정례 브리핑 커버 - 오후 소환자 커버 - 야간 뻗치기로 돌아가는 일정도 슬슬 몸에 뱄다. 매일 특검 사무실에 가진 못했지만, 매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타사 기자들을 보며 내적 친밀감도 많이 생겼다. 공보담당 특검보와 수사관님,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 분과도 매번 인사를 나누다 보니 또 하나의 출입처가 생긴 느낌이 들었다. 비록 해병 특검 현판식이 내려가는 날까지 내가 법조팀에 남아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있는 동안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