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에서 살아남기 ④
반포
나에게 반포는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동네다. 아직도 엄마 손을 잡고 반포중학교로 처음 등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중학교 주변엔 높아봤자 5층짜리인 주공아파트 밖에 없었다. 버스정거장을 내리면 바로 보이는 상가들은 매우 연식이 오래됐고, 당대 반포에서 최고의 분식집이었던 '애플하우스'도 낡은 주방과 식기가 가득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등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서 반포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져 갔지만,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오갈 때마다 상가들이 하나 둘 철거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곧 커다란 벽이 세워졌다. 재건축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 청약은 누가 넣는 거야?"
이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청약 기사를 맡게 될 당시만 하더라도 청약에 대한 지식이 1도 없었다. '가점제' 방식이라는 것만 알았던 정도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점수가 쌓이는지, 몇 점이 돼야 당첨이 되는지는 아예 몰랐다. 하지만 기사를 준비하다 보니, 청약 가점의 냉정한 현실이 하루 만에 파악됐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15억 원 이상 주택은 4억, 25억 원 이상 주택은 2억으로 대출이 줄어든 상황. 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선 최소 20억 원 이상의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여기에 무주택 4인 가족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가점은 69점. 따라서 이번 청약에는 무주택 5인 가구 이상이 됐다는 것인데,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을 유지한 채 5인으로 이뤄진 가족이 20억 원 이상 현금을 들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주변 부동산을 취재해 보니 얼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정말 돈 많은 사람은 그냥 조용히 사요. 문제는 돈 없이 아무 생각없이 청약한 사람이죠. 보통 사돈의 팔촌까지 하다 보면 돈 많은 현금 부자가 있더라고, 그런 사람들이 결국 도와주는 거죠 뭐. 이거 당첨되면 무조건 20억 벌잖아요? 가족 투자하는 거예요."
그런 돈 많은 사람이 사돈의 팔촌 중에 있는 것도 능력으로 인정받는 세상이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가 '로또 청약 광풍'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현실을 직접 마주했다.
양극화와 똘똘한 1채
경기도 평택에서는 반포와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를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고 당일 출장을 떠났다. 남쪽으로 향할수록 광활한 땅에 지어지는 신축 아파트들이 즐비했다. 사람도 없고 아직 작동하지도 않는 신호등 앞에 서서 호갱노노를 열어봤다. 전용 84 분양가 5억 6천. 요즘 서울 신축 전용 84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경쟁률은 0.01대 1이었다. 예정대로라면 2028년에 이 부지에 모든 아파트가 완공되고 사람들이 들어온다는 건데,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평택뿐만이 아니었다. 파주 운정 신도시 3천여 세대 아파트는 0.46대 1, 경기 양주 회천지구는 0.17대 1을 기록했다. 반포, 잠실 등 서울 상급지 입지가 수백 대 1을 기록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처럼 정부가 '서울 아파트는 생각하지 마' 정책을 쓸수록 사람들은 서울 똘똘한 1채로 몰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