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 메우기

경제부에서 살아남기 ⑤

by 꽁냥이
뉴시스.jpg 자료 = 뉴시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1등이 관악구?

지난해 이맘때쯤, 부동산에 대해 1도 모르는 '부린이'시절, 한 부동산 유료강의 업체에서 진행한 임장활동에 나간 적이 있다. 대학동 고시촌 → 봉천동 → 서울대입구를 가로지르는 약 3시간 코스였는데, 생각보다 강도 높은 코스여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고시촌은 고시생 때 지내본 적도 있고, 서울대입구는 바로 옆동네라 자주 놀러 가서 은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봉천역 뒤로 붙어있는 두산, 벽산 블루밍, 관악드림타운, 성현동아는 처음이었는데, 엄청난 언덕에 혀를 내둘렀다.


"서울대입구까지 마을버스 와요."


마을버스 정류장은 바로 앞에 있었지만, 출퇴근시간에는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빽빽하게 채울게 분명했다.


그러던 관악구가 달라졌다. '금관구'라는 단어로 묶기엔 집값 상승률이 너무나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서 관악구는 전주대비 2월 첫째 주 상승률 0.57%를 기록하며 서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부동산에 들어가 보니 소위말하는 '구암학군' 주변 아파트들은 매물이 없었다. 남은 것뿐이라곤 저층 혹은 호가가 매우 높은 것들 뿐이었다.


"줄 서세요"

짧은 법조팀 생활을 뒤로하고 경제부에 온 목적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내 집마련'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이미 15억 원을 넘은 지 오래. 하지만 당장 들어갈 집이 필요했었기에 부동산팀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짬을 내 임장을 다니곤 했다. 그러던 중 서울 종로구 끝자락에 있는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는데, 언덕만 극복하면 나름 역세권인 곳이었다.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집을 보러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토요일 오전 10시까지 단지 앞으로 오시고요. 다른 팀이랑 같이 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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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만 해도 한 두 팀 정도 같이 보겠거니 했는데, 당일 아파트 앞에는 신혼부부로 보이는 어림잡아 여섯 팀이 모여있었다. 이렇게 인기 많은 매물이 아직도 나가지 않은 이유가 처음엔 이해가 안 됐는데,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옹벽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이런 걸 극복해야 "내 집 마련 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셨다.


"자 한 팀씩 줄 서서 들어오세요."


마치 놀이기구를 타러 들어가듯 아파트 복도를 한 줄로 들어갔다. 세 팀 정도가 먼저 집을 보고 나갔고, 드디어 내 차례.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왔던 건 바로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만 보고 있던 세입자였다. '전세 살면 주말에 나가지도 못하고 앉아있겠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점심 먹고 부동산에 전화했을 때 이미 그 집은 다른 부동산을 통해 팔린 상태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이 아파트는 호가가 그때보다 8천만 원이나 올랐다. 15억 이하 아파트들의 갭 메우기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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