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

경제부에서 살아남기 ③

by 꽁냥이
풍선효과.jpg 풍선효과 / 사진 = 연합뉴스

5일장

"서울 한강벨트 지역에 마지막 5일장이 열렸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10.15 대책 당시 토지거래허가지역(이하 '토허제') 지정을 2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나온 말이다. 토허제가 시행된다면 실거주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소위 세입자가 있는 집을 끼고 사는 '갭투자'가 원천불가하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당장 거래를 찾는 글들도 많이 보였다. 원래 일요일에는 부동산 문을 열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연다는 곳도 많이 보였다.


부동산에 관심 없던 시절 친한 친구가 서울 모처에 "빨리 갭투자 해라"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그때는 나와 먼 이야기라 생각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는데, 굉장히 후회가 됐다. 막상 규제로 갭투자가 막혀보니 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카드를 꺼낸 건 지 그제야 이해가 됐기 때문이다. 5일장이 끝나자마자, 세입자가 살고 있는 매물은 네이버부동산에서 속속 사라졌다. 남아있는 매물들은 무조건 계약하고 4개월 이내 들어가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실수요자들이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없어지자 가격은 상승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외우세요 동기덕구남"

5일장이 끝난 뒤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쏠렸다. 바로 토허제 지정을 빗겨 난 핵심지였다. "이 정도면 정부가 매수할 지역을 찍어준 것이다."라는 말까지 돌았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동기덕구남'이라는 말까지 만들었는데, 바로 동탄, 용인 기흥, 고양 덕양, 구리, 남양주를 뜻한다. 모두 규제로 묶였지만 바로 옆에 있어 풍선효과가 기대되는 곳들이었다. 풍선효과 취재지시를 받고 동탄과 남양주 다산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동탄역 옆에 00캐슬 매물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지난 대책 나오고 문의 좀 오나요?"

"네 문의 많이 오죠. 여긴 토허제 영향 없으니까 갭투자 가능해요. 갭 얼마 보시는데?"


바로 구체적인 금액을 묻는 사장님의 말에 당황해 급하게 종료했지만, 확실히 풍선효과는 나타나고 있았다. 현장은 구리로 정했다. 지난 2024년 지하철 8호선 별내선 구간이 연장 개통하며, 구리는 강남으로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핵심 환승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구리의 풍선효과는 한국부동산원 통계에도 바로 반영됐다. 11월 첫째 주 구리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무려 0.52%를 기록한 것이다. 그전 주가 0.18%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3배를 넘긴 무시무시한 수치였다.


구리 풍선효과.jpg


10.15 대책 그 후

초반엔 거래가 잠기며 집값이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시 이미 토허제 적용을 받고 있던 강남3구로 눈을 돌렸다. 노도강, 금관구 모두 묶였는데, 그럴 바엔 강남이 눈에 들어왔을 테다. 스멀스멀 강남 거래량이 늘어나자, 다시 전반적인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였다. 우리 회사를 비롯해 다른 언론사들도 이런 분위기를 전하는데 집중했다.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 꺼낸 카드들이 다시 상승을 가져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졌다. 게다가 갭투자가 원천 차단되며 시장 매물은 급속도로 사라졌고, 연쇄반응으로 전월세값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연말 공급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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