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에서 살아남기 ②
낯선 용어
새 부서를 가는 건 항상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법이다. 지난 24년 처음 법원에 갔을 때도 같았다. 낯선 기자실, 사람들 그리고 취재원 보다 더 두려웠던 건 바로 기사를 쓰는 것이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전문가인 척을 해야 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부서에 적응하고 싶었지만, 발목을 잡는 건 바로 낯선 용어였다. 공판, 결심, 파기 등 낯선 용어를 사용해야 할 때마다 오보가 나는 건 아닌지 항상 긴장이 됐다.
1년의 시간이 흘러 경제부에서 같은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LTV, DSR, 중도금, 이주비, 전용 59, 전용 84 등등. 솔직히 말하면 법원보다 더 어려웠다. 언제나 그랬듯 회사는 용어에 대해 공부할 시간을 따로 줄 만큼 친절하진 않았다. 10.15 삼중 규제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현장으로 가 기사를 써내야만 했다.
공인중개사를 만나다
첫 현장은 왕십리의 한 대장 아파트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당장 현장 취재를 어디로 갈지 고심하던 내게 후배가 추천해 준 곳이었다. 후배는 '아실' 앱을 보여주며 회사에서 가깝고, 최고가를 경신한, 대단지 아파트라고 말해줬다. 사실 이 아파트는 약 27년 전 우리 가족이 처음 살던 용두동과 가까운 동네에 있었다. 그때만 해도 정말 빌라만 가득한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천지가 개벽했다는 걸 알았다. 현장에 도착해 단지 스케치와 기자 스탠딩을 간단히 챙겼다. 그리고 기사에 들어갈 음성멘트를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으로 향했다. 나이 35를 먹는 동안 부끄럽게도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 부동산이라는 곳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들어가기 전 간단히 어떤 걸 물어볼지 정리한 뒤 부동산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부동산 취재하고 있는 기자인데요. 최근 신고가 찍었던데 이곳 분위기 좀 여쭤보려 왔습니다."
"근데 밖에 카메라 있던데, 취재하는 거 아니죠? 저도 기자 해봐서 아는데 인터뷰는 좀 힘들어서요 ㅎㅎ"
ENG카메라를 언제 보셨는지 바로 눈치를 채셨다. 이후에도 다른 부동산에 들어가 기자라고 밝히고, 인터뷰하는 게 쉽진 않았다. 연일 신고가를 찍는 아파트값에 언론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광장동의 한 단지 내 부동산 사장님은 아무 거리낌 없이 상황 설명을 잘해주셨고, 대면인터뷰도 흔쾌히 응해주셨다. 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가는 내 모습이 예전 사회부 수습기자를 연상케 했다. 출입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부동산 문을 여는 게 부담스럽진 않다. 오히려 인사만 잘 드리고 공손하게 다가갔을 때 누구보다 현장상황을 잘 알려주시는 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