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리어드 Sep 11. 2023

58년 개띠의 공부 도전기(2)

정년 퇴직 후 80,000시간

오랜 생활 직장을 다니다 퇴직을 하면 갑자기 시간이 남아돌게 된다. 현업에 있을 때는 시간이 없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거나,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도 부족하다. 그리고 친구들과도 가뭄에 콩나듯 만난다. 그러나 퇴직을 하게 되면 갑자기 넘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다.      


퇴직 후 3-4개월은 그동안 쉬지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인양 늦게 일어나기도 하고 여유있는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그동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가족, 특히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여행을 다닌다. 그러나 그런 기간도 얼마 안 가 끝난다. 퇴직자에 대한 여러 가지 웃지 못할 우스개 소리 중에 아내와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한 남성이 아내와 국내 및 해외여행을 열심히 다녔다. 약 6개월 같이 다니면서 아내가 몹시 행복해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후 아내는 미안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이제 고만 여행다녀요’라고 말했다. 이에 남편은 ‘왜 돈 때문에? 아니면 여행다니느라 피곤해?’ 라고 물었다. 이에 아내는 ‘당신과 함께있는게 피곤해요’라고 말했다. 이 말에 남편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바빠진다. 동네 아줌마들 모임, 친구들 모임, 문화센터 모임, 종교단체 모임 등... 정말 바쁘다. 이렇게 바쁜 아내 사정 모르고 열심히 붙어있었으니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편 퇴직 후에 아내의 스트레스가 급증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한 금융회사 퇴직연구소의 보고에 의하면 60세에 정년퇴직한다고 가정하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람은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없다) 평균 수명 80세(남자기준) 산다고 가정하면 정년 후 남은 인생은 20년이다. 이 20년에서 먹고, 잠자는 등 기본 생리적인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11시간의 시간이 남는다고 한다. 11시간 곱하기 20년 하면 대략 80,000만 시간의 여유시간이 생긴다.    

 

80,000시간!     



경영 사상가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빌 게이츠, 비틀즈 등 자기 분야의 대가大家가 된 사람을 분석한 후에 ‘일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이 자기 일에 일만 시간을 투자하면 대가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을 기준으로 하면 10년의 기간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일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정년 후 죽을 때까지 8번이나 대가가 될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8번의 전문가가 될 시간을 가지면 무슨 소용인가. 대부분의 퇴직자는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한 대기업에서 퇴직 임원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 퇴직할 임원 부부를 초청해 퇴직 후의 삶을 강의하면서 각 부부에게 하루의 일과를 짜보라고 했다. 그 결과 아내는 ‘집안청소 하기, 식사준비 하기, 장보기, 문화센터 강의 듣기, 친구 모임 가기, 결혼한 딸네 집 가기... 등등’ 시간이 없을 지경인데 남편은 마땅히 쓸 내용이 없어 연필만 굴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종일 파자마 입고 TV앞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          


90년대에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분이 나이 85세에 한 신문에 독자투고를 했다. 그의 글 제목이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다면...”이다. 당시 그는 그의 부모 세대와 같이 70대 중반에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달리 뭘 해보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찌어찌 살다 보니 85세가 되었고 현재의 건강상태를 보면 90세 이상 살 것 같다. 그는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다면 젊었을 때 하지 못한 뭔가를 해볼 걸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60세 남성의 평균 수명은 80.6세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의학의 발달을 고려하면 더 오래 살 확률이 아주 높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면 90세까지 사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정년 후 30년은 현역 시절 30년과 맞먹는 세월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남은 평생을 TV앞에서 보낼 건지 아니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며 보낼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은 막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고민을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58년 개띠의 공부 도전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