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수술은 1시로 잡혔다.
연세가 있으신 환자라 아빠의 수술을 오전에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날따라 병원은 왜 그리도 아픈 사람이 많은지 우리가 원하던 시간대로 수술을 할 수 없었다.
회복하는 시간이 길었으면 했다. 혼자 잠도 못 자고 아빠를 간호할 엄마가 걱정되었다. 나는 챙겨야 할 아이들이 있었기에 아빠의 수술이 오전이었으면 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서둘러 병원으로 남동생과 함께 내려갔다. 혼자 운전해서 가는 것보다 옆에 동생이 있으니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달달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위안을 삼고 싶었지만, 그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병원에 가까워질수록 내 얼굴은 어두워졌다. 그 불안감을 들키지 않으려 실없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전환해보았지만, 어느새 다시 어두워졌다.
환자복을 입은 아빠는 웃고 계셨다. 오랜만에 보는 아들의 모습에 얼굴이 밝았다. 좁은 간이 테이블 의자에 앉아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병원이 아니라 전망 좋은 카페라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면 어떠랴. 우리는 서로의 긴장한 마음을 감추며 괜찮은 척 이야기를 나눴다.
수술실로 향하는 아빠 옆에 섰다. 괜찮다고 했지만, 아빠는 긴장한 듯 보였다. 혹여 수술실로 가는 길이 외롭지 않을까 싶어 아빠를 따라나섰다. 병실 간호사는 병실에서 대기 하라고 했지만, 나는 아빠를 따라 수술실로 내려갔다. 아빠의 보호자로 마취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수술실 안으로 아빠를 보내드렸다.
몸을 숙여 아빠의 귀에 내 입술을 대고 아빠가 정말 듣고 싶어 했던 그 말을 들려드렸다.
“아빠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얼마나 마음으로 울었는지 모른다. 남동생도 있고, 엄마도 있었기에 나는 울면 안됐다.
오늘은 눈물 수도꼭지를 꽉 잠갔다.
수술실 앞 모니터에 아빠의 이름은 여전히 대기 상태이다. 언제 수술 중으로 바뀔지 조마조마하다.
오랜 시간 대기하려면 식사해야 하는데 아빠를 혼자 두고 밥을 먹기에 미안했다.
대기시간 2시간, 아빠의 이름 옆에는 수술 중이라는 글자가 써졌다.
그렇게 아빠의 수술이 시작되었다.
정형외과 상 까다로운 수술이었지만 아빠의 팔꿈치는 완벽한 상태로 수술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아빠의 뼈이식이 진행될지 아닐지 무척이나 걱정되었다. 안 그래도 힘든 수술, 뼈이식만은 진행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기도가 이루어졌다.
수술이 문이 열리고 땀으로 흠뻑 젖은 의사가 나왔다. 가만 보니 아빠의 주치의였다. 그에게 달려가 수술 경과를 물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지금 마무리 중이라고 했다. 나는 조심스레 뼈이식을 물었다. 다행히 의사는 인공관절로 충분히 수술이 잘되었다는 꼭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고개 숙여 그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기쁨도 잠시, 회복실 안에서는 커다란 비명과 함께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의 소리였다. 엄마에게 아빠인 것 같다며 말했더니 엄마는 아빠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아빠라고 자신했다.
내가 맞고 엄마가 틀렸다.
아빠는 마취가 풀리면서 고통에서 신음하고 계셨다. 가장 힘든 시간을 홀로 견뎌내고 계셨다. 수술실에 나와 엑스레이와 CT를 찍는 과정은 환자에겐 냉혹했다. 살면서 처음 듣던 아빠의 울음소리는 내 맘을 철렁하게 했다.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길.
병실로 돌아온 아빠는 여전히 고통과 사투 중이다. 수술을 오래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 시간은 환자나 보호자가 제일 견디기 힘들다. 엄마, 남동생, 아들, 남편 모두 마취가 풀리고, 맨정신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이 시간을 가장 힘들어했다. 마취가 풀리고 눈이 떠지는 폭풍 같은 아픔의 시간, 그 시간을 환자는 잘 견뎌내야 하고, 그 옆을 지키는 보호자는 그 신음을 감당해 내야 했다. 나에겐 이 시간이 가장 두렵다. 환자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몸서리치며 울어댄다. 나는 해줄게 없다, 고통은 그저 환자의 몫이다. 나는 그 고통을 바라보며 어서 고통이 사라지길 기도할 뿐이다.
아빠의 고통은 서서히 사그라졌다. 고통에서 아빠는 한껏 몸부림쳐 이겨냈다. 그 이겨냄을 나는 온몸으로 보았다. 환자복을 입은 아빠의 모습은 한없이 작은 사람이었지만, 고통의 구렁텅이에서는 그는 강한 사람이었다. 늘 그랬듯. 아빠는 강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