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디를 가든지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엄마 어릴 때랑 똑 닮았다고 외삼촌은 나를 참 예뻐하셨다. 누가 봐도 내 어릴 적 모습은 남자 같았는데 말이다. 돌 무렵 아장아장 길을 가던 나를 보며 길 반대편에서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그 녀석 참 장군감이네”라고 엄마를 뒷 목 잡게 했다는 이야기는 식구들이 모이면 항상 나오는 레퍼토리다. 그날 이후로 엄마는 내 머리에 꼭 핀을 하나씩 꼽아줬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백일을 기념하여 남편 사진과 내 백일사진을 함께 카카오 스토리에 올린 적이 있었다. 다들 입을 모아 내 사진이 남편이 아니냐며 아는 척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야 진실을 말해본다.
그 사진 남편이었어요.
사실 나는 엄마보다 아빠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커다란 눈, 오뚝한 코, 진한 눈썹을 가진 아빠를 닮고 싶었다. 엄마는 나를 뱃속에 품고 계실 때 아빠 눈을 닮으라 하며 태교하셨다고 했다.
아뿔싸, 나는 엄마의 바람과 다르게 아빠보다는 엄마를 닮아 태어났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엄마보다는 아빠 얼굴이 멋졌다. 아빠는 탤런트 강석우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아빠처럼 보이고 싶어 미간에 11자 인상을 일부러 쓰고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행동이었지만 그때는 그렇게라도 아빠를 닮고 싶었다. 잘생긴 아빠가 나를 딸~하고 불러 줄 때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었다. 나는 늙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월은 야속하게도 주름도, 흰머리도 하나씩 늘어나게 했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해서 그랬을 꺼야’ 하고 마음을 다독여보지만, 속상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는 부모님과 자주 영상통화를 한다.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부모님은 딸이 멀리서 혼자 잘 지내고 있는지 꼭 얼굴을 보고 싶어 하신다. 그 마음을 알기에 활짝 웃는 딸의 모습을 보여 드린다. 화면을 통해 보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도 밝아 보기 좋다. 우리 같은 이런 사이 없다며 서로를 칭찬하다가, 문득 카메라 속 아빠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어, 아빠랑 나랑 닮았다. 나 아빠 닮았네.”
40년이 지난 어느 날,
그렇게 듣고 싶고, 닮고 싶은 아빠의 얼굴이 드디어 나에게도 보이기 시작했다.
야호! 나 아빠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