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보다 나은 성과를 만들자
지금껏 여러 부서를 거치며 다양한 사람과 일했지만 일 못한다는 소리를 크게 들은 적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스스로 일을 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선점하거나, 내가 돋보일 수 있는 환경으로 이동하려고 노력했다. 강점은 드러내고 약점은 감춰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만들었다.
CEO 영상 메시지를 기획했던 것도 내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업무였기 때문이다. 기존에 텍스트 형태로 전달하던 CEO 메시지를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영상 형태로 만들어서 전달력을 높이는 업무를 하게 되었다. 처음 하는 업무였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원래 콘텐츠 만드는 일을 좋아하기도 했고, 실제로 입사 전에 영상 콘텐츠 만드는 일을 경험한 적도 있었다.
나와 달리 이 일을 굉장히 힘들어했던 동료도 있었다. 공대생 출신인 동료는 CEO 메시지의 직접적인 대본 작성을 맡았는데 글쓰기를 정말 힘들어했다. 자신이 회사에 들어와서 한 일 중에 가장 힘든 일이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글쓰기를 강점으로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동료의 반응이 다소 의외였다.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나와 동료의 반응이 달랐던 것은 서로의 강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글쓰기와 콘텐츠 제작이 즐겁고 재밌는 일이었지만, 동료에게는 어렵고 스트레스받는 일이었다. 반대로 나는 숫자에 대한 감각이 남들보다 굉장히 떨어지는데, 만약 숫자와 관련된 일을 했다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했을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세계를 호령하는 축구선수 메시는 왼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득점의 대부분이 왼발에서 나온다. 메시의 라이벌 호날두마저도 2016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메시 왼발은 환상적이다. 나보다 (훨씬) 낫다. 내 왼발도 나쁘진 않지만 그의 왼발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다. 나의 '왼발'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나만의 강점을 찾는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이다. 예전에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선배에게 "지안 씨는 복잡한 걸 쉽게 만드는 장점이 있어요"라는 칭찬받았던 적이 있다. 그날을 계기로 '나에게는 어려운 걸 단순화하는 장점이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 회의가 빙빙 돌며 정리가 안될 때 상황을 정리해서 다음 논의로 넘어가게 하거나 보고서를 쓸 때 큰 틀을 짜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스스로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 강점이라고 인지하지도 못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럴 때는 외부의 시선을 활용하면 무엇이 나만의 강점인지 찾아낼 수 있다. 특히 외부에서 긍정적인 반응(칭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나만의 특성이라면 그게 바로 강점일 확률이 높다.
또 다른 방법은 방법은 외부의 강점 진단도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태니지먼트 강점 진단을 추천한다. 무료로 기본적인 강점 진단을 할 수 있고 유료결제를 할 경우 보다 자세한 리포트를 받을 수 있다.
태니지먼트 진단 결과 "복잡한 일을 정리하여 체계화"하는 조정(organize) 강점이 있다고 나왔다. 결과를 받아보고 말 그대로 빵 터졌는데 뭐든지 단순하고 쉽게 정리하고 싶어 하는 개인 특성이 그대로 리포트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칭찬을 받았던 순간 하고도 연결되는 내용이었다. 그 외에도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개인적인 특성들이 꽤나 구체적으로 리포트에 정리되어 있었다. 가끔 '나의 강점이 어떤 것들이었더라?' 하는 생각이 들 때 태니지먼트 리포트를 읽으며 강점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한다.
나만의 강점을 알았다면 이제는 업무에 자신의 강점을 적용해볼 차례다. 여기에는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자신의 강점을 업무에 적용하려면 일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상사가 일을 시키기 전에 먼저 이런 일을 해보겠다고 손들고 나서자. 시키지도 않은 일을 먼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이렇게 업무로 선수를 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시켜서 일을 하게 되면 내 강점과 관련 없는 업무를 하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정말 유능한 상사라면 나의 강점을 활용해 업무를 배정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사를 만날 확률이 더 높다. 스스로 업무를 기획하고 추진하게 된다면 자신의 강점을 반영한 업무를 할 수 있다.
물론 선 제안을 할 때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터무니없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충분한 명분이 있어야 하고 팀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어야 한다. 그리고 상사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이런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나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기획해서 추진할 수 있다.
이 전략은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이렇게 상사에게 먼저 일을 제안하면 '주도적이고 열정적이다'.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업무에 접근한다' 같은 좋은 평가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사실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만 하려고 선수 친 거지만 말이다.
이렇게 선제안을 통해 업무를 늘려가다 보면 전체 일의 총량 중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의 비중이 커지고, 그렇지 않은 일의 비중은 적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 이런 구조가 생기면 스트레스는 줄고 성과는 점차 좋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