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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Sep 12. 2021

적자생존, 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글쓰기로 다양한 기회가 생겼다

글쓰기가 가져다준 다양한 기회


'21년은 커리어적으로 기억에 남는 일이 많았다. 우선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러 회사에서 이직 제안을 받았다. 물론 실제로 이직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다음 단계인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내가 먼저 제안을 고사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이직 제안이 연달아 들어온다는 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좋은 신호다. 8월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조직문화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라는 매우 거대한 주제를 겁도 없이 덜컥 발표했다.   


신기한 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딱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이런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다. 이직 제안은 다양한 경로로 들어왔는데, 어떤 점 때문에 제안을 주셨냐고 물어보면 항상 "블로그 글을 인상 깊게 봤다"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컨퍼런스에 연사로 설 수 있었던 것도 내가 평소 적었던 글을 좋게 봐준 분들의 추천 덕분이었다. 올해 있었던 다양한 기회의 중심에는 '글'이 있었다.


적자생존, 글 쓰는 사람(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글쓰기 덕을 톡톡히 본 후 내린 결론이다. 글쓰기가 어떻게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 지금부터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1. 글쓰기를 통한 회고가 성장을 이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가장 큰 목적은 성찰과 회고였다.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복잡한 일도 글로 정리하면 생각이 명확해졌고, 글을 쓰다 보면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글로 인해 여러 좋은 제안들을 받게 되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글쓰기로 인한 부가적인 효과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글쓰기의 효과는 바둑의 복기(復棋)와 닮았다. 바둑에서는 대국이 끝난 후 서로의 수를 처음부터 두어보며 승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복기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승패의 비결을 밝혀내 다음 대국에서 이길 확률을 높인다. 세기의 대결이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3연패를 한 뒤에 1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전 경기를 철저히 복기하며 자신의 패인을 분석했기 때문이다.* 복기에 관한 바둑 격언은 성찰과 회고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알려준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든다 


경기가 끝난 뒤 다시 복기하는 이세돌 9단


우리는 회사생활을 하며 일상적으로 수많은 경험을 한다. 하지만 단순히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경험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석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양한 경험을 하며 배우는 것들을 온전히 내 것으로 흡수할 수 있다. 실제로 회고를 하면 업무성과가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경험을 나만의 관점과 맥락에서 해석하고 재배치해서 경험을 통한 학습효과를 높이는 작업이다.


2. 나만의 지식자산이 생긴다


옷장에 옷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옷장 정리를 평소에 잘해두지 않으면 분명히 옷장 어딘가에는 옷이 있는데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반면에 종류별로 잘 구분해서 옷장 정리를 해두면 급하게 나가야 할 때도 필요한 옷을 단번에 찾을 수 있다.


글쓰기는 옷장 정리와 비슷하다. 평소에 공부한 내용을 글로 정리해 두면 그 지식이 필요할 때 바로 꺼내쓸 수 있다. 한 번은 LG 경제연구원에서 나온 변화관리에 관한 아티클을 읽고 블로그에 정리해 둔 적이 있었다. 


요긴하게 써먹었던 커트 레빈의 변화관리 모델

그 뒤로 몇 달이 지난 뒤 보고문화 개선에 관한 보고서를 쓸 일이 있었다. 이때 아티클에 나왔던 커트 레빈의 변화관리 3단계 모델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단순히 '조직문화 변화 활동을 추진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커트 레빈의 변화관리 모델에 따라 조직문화 개선활동을 추진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훨씬 설득력이 높아진다. 실제로 그 덕에 보고서가 좋은 평가를 받고 통과되었다.


만약 아티클을 읽고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기억에 강하게 남지 않았을 테고, 실제로 업무에 활용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평소에 읽었던 다양한 자료들을 정리해두면 언제든지 써먹을 수 있는 나만의 지식자산이 생긴다.  


3. 셀프 브랜딩이 된다


회사생활 초창기부터 언젠가는 회사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꿈꾸었다. 그러려면 나만의 콘텐츠와 브랜드가 필요한데 여기에 가장 좋은 것이 글쓰기이다.


책을 읽다 보면 신기하게도 그 글을 쓰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느껴진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글에서 받은 느낌과 그 사람을 실제로 만났을 때의 모습이 대체로 일치했다. 뒤집어 말하면 글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생각과 관점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데 이런 분들과 꾸준히 교류하면 또 다른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진다.  


물론 글을 통한 셀프 브랜딩에는 약간의 전략이 필요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꾸준히 좋은 글을 써야 한다. 여기에는 왕도가 없다. 꾸준히 공부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누적해 가고, 좋은 사람들과 교류해서 생각의 폭을 넓히는 정공법이 최고의 방법이다. 

나름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을 쓰고 있다 

그다음에는 내가 쓴 글을 효과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노출되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브런치에 글을 쓴 다음 페이스북, 커리어리, 카카오 뷰 3가지 채널에 글을 유통시킨다. 아직 3가지 채널의 구독자 수나 파급력이 크지 않지만 차츰 키워가면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두렵지만 오늘도 쓴다


지금까지 글쓰기의 좋은 점만 적었지만 사실 글만큼 무서운 게 없다. 나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그만큼 나의 부족함까지도 투명하게 드러난다. 막상 글을 써놓고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것은 아닐까?' '만약 내 생각이 틀리면 어떻게 하지? 헛소리를 한 건 아닐까?' 혼자서 고민하고 발행 취소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한 적이 여러 번이다.(실제로 취소한 글도 여러 편이다)


그럴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던 처음의 이유를 되새긴다.  


많이 알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쓴다


글을 써놓고 걱정하는 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완벽해야 하고,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전문가인 척 행세하려는 비대해진 자아가 있다. 


아직 배울 것이 한참 많은 주제에 어디서 남을 가르치려 들겠는가. 내가 쓴 글은 어디까지나 나의 부족함을 다시 알기 위해 쓰는 글이다. 그러니 좀 틀리고 헛발질을 해도 괜찮다. 아직 배우는 중이니까 실수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과감해져야 많이 틀려서 더 많이 배울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글을 통해 내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글이 좀 별로이면 어떠한가. 망한 글에서 배워서 다음에 더 좋은 글을 쓰면 되고, 더 좋은 글을 써서 별로인 글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어내면 된다. 그러니까 조금씩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세상에 노출시켜 보자. 어쩌면 생각지도 않았던 재밌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YTN, <인간 이세돌이 남긴 울림...복기하고 복기하라!>, (2016.3)
https://www.youtube.com/watch?v=-5-I3anWw1I

*HR블레틴, <회고는 성과를 향상시킨다>, (2019.8)
https://hrbulletin.net/performance-management/%ED%9A%8C%EA%B3%A0%EB%8A%94-%EC%84%B1%EA%B3%BC%EB%A5%BC-%ED%96%A5%EC%83%81%EC%8B%9C%ED%82%A8%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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