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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Apr 03. 2022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용어에 관하여

조직문화 전담 인력에게 맞는 이름은 무엇일까? 

회사에서 조직문화 담당자로 불린 지 꽤 오래되었고, 어디 가서도 '조직문화 담당자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타이틀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처음 듣는 상대방이 이해하기 좋고 굳이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타이틀을 사용할 뿐이다. 오히려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이름이 역할을 제한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다. 사실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타이틀 자체에 조직문화에 대한 오해가 담겨 있다.


첫 번째 생각해 볼 문제는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말이 성립하는가?'이다. 엄격히 따지면 마케팅 담당자, 재무 담당자는 성립하지만 조직문화 담당자는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회사의 마케팅 업무는 몇 명의 담당자가 책임지면 일이 돌아간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몇 명의 담당자가 난리 부르스를 춰도 '그것만으로는' 형성되지도, 변화하지도 않는다. 리더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 전원이 노력해야 조직문화가 만들어진다. 


조직문화 담당자는 조직문화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뜻하는 용어가 아니라 조직 구성원 전원을 지칭하는 말이 되어야 한다. '조직문화는 조직에 속한 구성원 전원이 만든다'는 생각이 자리 잡힌다면 지금과 같이 전담 인력을 뜻하는 의미로서의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용어는 사용될 수 없다.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한 두 명이 아닌 구성원 전원입니다'가 상식으로 자리 잡혀야 한다.  


두 번째는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용어가 풍기는 뉘앙스다. 담당자라는 용어는 조직문화 관리가 특정 몇 명의 일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다른 일이라면 모를까, 조직문화만큼은 특정 몇 명의 일이 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담당자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정작 조직문화 관리에 가장 큰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로 조직문화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회사의 대표와 리더들이다. 


조직문화 형성에 있어 회사 대표와 리더의 중요성은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다. 솔직히 말하면 조직문화 담당자 1명이 조직문화 형성에 줄 수 있는 영향력보다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팀장, 임원, 대표가 줄 수 있는 영향력이 더 크다. 팀장은 팀 문화에, 임원은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문화에, 대표는 자신이 이끄는 회사의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타이틀의 직무가 회사에 존재함으로써 '조직문화 관리는 내 일이 아니야~'라는 잘못된 인식이 리더들에게 암묵적으로 생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조직문화 담당자, 전담 팀이 존재하는 회사치고 조직문화가 좋은 곳이 없다'라는 업계의 씁쓸한 농담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개인적으로 조직문화는 왕이 나라를 이끌기 위해 익혀야 하는 학문을 뜻하는 '제왕학(帝王學)'과 같다고 생각한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조직문화는 상식처럼 알아야 하는 분야다. 리더 X 조직문화 이해도의 시너지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지금 회사에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탁월하게 높은 리더가 있는데 그 조직은 사무실 공기부터 다르다. 성과는? 당연히 압도적이다. 글로벌 경쟁사에 선점당한 시장을 후발주자로 시작해서  몇 년 만에 50:50으로 만든 말도 안 되는 성과를 만들었다. 그 리더를 인터뷰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조직문화 담당자가 필요 없는 조직이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용어 대신 어떤 이름이 적합할까? 고민해볼 문제라고 본다. 어떤 명칭으로 조직문화 전담 인력을 부르고 있는지가 곧 그 조직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주는 것이니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이름을 되찾고 나서야 용의 모습이었던 하쿠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것처럼, 조직문화 전담 인력도 좋은 이름을 찾았을 때 조직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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