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로그 글이 뜸해진 이유는요
1.요즘 프로젝트를 하면서, 주변의 이러저러한 상황들을 보면서 ‘역할’이라는 개념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조직 내 개인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대략 나눠보면 이렇다.
Lv4. 팀을 리드하고 팀원들을 매니지먼트 하는 단계
Lv3. 스스로 일을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리드할 수 있는 단계(여기서의 일은 비정형적이고 불규칙한 일)
Lv2. 주어진 일을 혼자서 수행 가능한 단계(여기서의 일은 주로 정형적이고 반복적인 일)
Lv1.주어진 일을 혼자서 하기 어렵고 배우는 단계
우리가 전통적으로 쓰던 직급(사원-대리-과장-차/부장)은 사실 저 기준에 맞춰져 있다. ‘대리급‘이라고 하면 주어진 일을 실수 없이 수행하는 걸 기대하고, '과장급'이라고 하면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건 기본이고 스스로 일을 기획까지 할 수 있는 걸 기대한다.
2.문제는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의 갭이 발생할 때 생긴다. 특히 자신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역할을 초과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연차로는 대리급인데 실제로는 과장급 역할을 수행한다던지. 그러면 흔히 에이스 소리를 듣는다) 반대의 경우가 되면 여러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진다. 직책이 팀장인데 팀장 역할을 못하거나, 직급이 과장인데 과장 역할을 못한다거나..하는 상황이다. 모 선배는 이런 상황을 보고 ‘조직 내에서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사람이 비참해진다’라고 했다.
3.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기대값과 수행 역할 간의 균형을 맞춰 왔다. 하지만 몇 년 안으로 기대값이 높아질 예정이다. 새로운 분야(HRM)로 작년에 넘어왔지만, '아직 제가 이 분야를 한지 얼마 안돼서요'라고 핑계댈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아직은 주로 선배들 서포트 하는 역할로 투입되고 있지만 야생에 던져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시점이 오기 전까지 지금 분야의 역량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4.그래서 요즘은 발산보다 축적에 신경 쓰고 있다(블로그 글이 뜸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HRM은 룰이 있는 게임이라서, 일단 경기의 규칙에 해당하는 노동법부터 공부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노동법 책 한 권을 틈틈히 읽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눈에 안 들어왔는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에 30분씩 꾸역꾸역 읽었더니 지금은 그래도 처음보다 볼만해졌다. 개별법 파트는 슬슬 끝이 보인다. 오늘 또 30분 읽어야 하는데(또르륵) 다 읽으면 혼자서 책걸이라도 해야지.
5.다행인 점은 높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선배들과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초적인 데이터 정리 방법부터, 유관 부서와의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 논리 구조를 만들어 가는 방법론, 일을 대하는 마인드셋 등등 완전 기초부터 새로 배우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도전적인 과제를 만나서 스트레스와 불야근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평균적인 감정은 '즐겁다'이다. '월급 받으며 일을 배운다'는 지금껏 해보지 못한 생각을 하며 일을 하고 있다. 모든 건 함께 일하는 어나더 레벨의 선배 덕분이다. 또 언제 같이 일할 줄 모르니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뽑아먹어야지(!)
6.지금 당장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정리되면 그때는 지금까지 배운 여러 개념들을 정리하는 글을 써야겠다. 조금씩 머리가 간지러워지는 게 느껴진다. 새로운 정보들이 머릿속에 쌓이고는 있는데 듬성듬성 중간에 빈 곳들이 보인다. 한번 정리하면서 빈 곳들도 좀 땜질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