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할수록 어려운 인사기획
인사기획 업무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1년 전에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처음이니까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계절이 한번 지나면 어렵다는 생각을 지금보다 덜 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보통 1년이 지나면 일이 손에 익어서 전보다는 할 만해지니까.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내린 판단이었다.
1년이 지난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은 ‘인사 업무 할수록 더 어렵다’이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데이터를 뜯어보고, 조직 내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졌다. 그러면서 이전에 조직문화 팀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좀 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조직의 모습을 알게 됐다.
사실 회사가 가고자 하는 길은 명확하다. 그것에 발맞춘 인사제도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까지도 쉽다. 하지만 그 방향성에 발맞추며 구성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인사제도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건 어렵다. 조직 내 주요 이해관계자( 경영진-노조-구성원)들의 니즈와 지향점이 상이하고, 회사가 속한 산업군의 특성, 환경도 새로운 인사 제도 기획/실행에 썩 유리하지 않다. 회사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딜레마도 있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목적지에 가까워지는 느낌보다는 암초가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시야가 넓어졌을 때의 부작용이랄까.
나보다 먼저 인사기획 업무를 오래 했던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원래 10번 시도하면 대부분 엎어지고 실패하는 게 인사기획 업무의 특징이라고. 지금 회사는 오래된 크고 튼튼한 배이기 때문에 관성이 있어서 배가 가는 방향을 아주 조금만 트는 것도 쉽지 않다고. 자신은 정말 딱 1cm만 틀어도 대단한 인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어렵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원래 인사 일의 속성이 이런 것이라는 점이다. 사장님 보고를 들어갔다가 “인사는 종합예술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복잡성이 높고 다층적인 면을 고려해야만 가장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무 자르듯이 딱 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뜻일 테다. 어렵지만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씩 나아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