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 9화
만약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다면 책을 낼 수 있었을까? 블로그에 쓴 글이 페이스북에서 바이럴 되어 출판사 대표님 눈에 띄었고, 출간 제안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책 출간에 블로그가 무엇보다 도움이 됐던 건 책 원고의 상당 부분을 블로그 글로 충당할 수 있었던 점이다. 만약 블로그 글 없이 책을 내기 위해 처음부터 글을 써야 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블로그에 글이 꽤 쌓여 있는 상태에서도 책 원고의 절반 정도는 새로 써야 했다.
책 출간 기회가 생긴 것 외에도 블로그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에게 감사 메일을 받은 일이다. 내가 블로그에 썼던 글이 마침 그분이 업무를 추진할 때 필요한 내용이었다. 댓글로 몇 가지를 물어보셔서 답변을 드리고 가능한 선에서 자료를 제공해 드렸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큰 도움이 됐다는 감사 메일을 받았다. 메일에는 업무 계획에 내가 평소에 블로그에 적어두었던 내용을 반영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살면서 생면부지의 공무원에게 감사 메일을 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가 쓴 블로그 내용이 어느 공공기관 업무 보고서에 담길 확률은 얼마일까?
반복해서 말하지만 꾸준하게 한 가지 행동을 하려면 의지력만으로는 힘들다. 행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여러 장치가 필요하다. 온라인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피드백 구조를 만들어서 개인이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든다. 온라인에서 받을 수 있는 피드백은 크게 두 가지다. 정량적 피드백과 정성적 피드백이다.
정량적 피드백은 눈에 보이는 숫자나 지표이다. 블로그 구독자 수, 조회수, SNS의 좋아요, 공유 횟수, 댓글 등이다. 나는 주로 블로그(티스토리, 브런치)에 글을 쓴 다음 SNS(페이스북)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요즘은 블로그에서 조회수, 공유 횟수와 같은 기초 통계를 보통 제공한다. 이런 통계 메뉴를 보면 내가 쓴 글에 대한 반응, 즉 정량적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기억나는 사례는 블로그 초반 글 한 편이 바이럴 되었던 일이다. 당시에 인기였던 <네고왕>이란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내가 하는 일과 연관 지어 글을 썼는데, 그게 우연히 트위터 바이럴 되었다. 글의 조회수는 물론이고 블로그 유입자 수가 확 늘었다. 유튜브를 보다가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순간 떠올라서 한 시간 만에 앉은자리에서 뚝딱 써내려 간 글이었다. 힘들이지 않고 후루룩 쓴 글이라 이렇게 온라인에서 반응이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갑자기 방문자 수가 늘어나자 얼떨떨하면서도 변화하는 수치가 재밌었다. ‘그래도 내 글에 반응이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글을 계속 써야겠다는 마음도 덩달아 생겼다.
나는 온라인 글쓰기가 게임 같다고 자주 생각한다. 게임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게임은 승패나 점수 같은 확실한 결과를 제공한다. 고전 게임인 테트리스를 생각해 보면 난이도가 올라감에 따라 레벨이 점차 올라가고 획득한 점수가 많아진다. 바로 이런 장치가 재미라는 보상을 제공한다. 온라인 글쓰기를 통해 발생하는 조회수나 댓글 같은 지표들이 게임에서 제공하는 점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끔 글 하나가 터져서 조회수가 갑자기 치솟으면 도파민이 샘솟았다. 온라인 글쓰기가 제공하는 피드백(조회수, 댓글, 좋아요 등)으로 인해 혼자서 하는 글쓰기보다 오래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좋은 글 읽었습니다. 파이팅 하세요”, “진정성이 보여서 응원해드리고 싶네요”
온라인에 글을 쓰게 만드는 또 다른 피드백은 정성적인 피드백이다. 주로 댓글을 통해 남겨지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독자들이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주었다. 글에 공감한다는 독자부터, 자신의 현재 고민을 토로하는 독자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나름의 고민과 답답함이 있는 분들이 많았다. 주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검색에 검색을 더해 우연히 내 블로그까지 타고 온 분들이었다.
가장 보람 있는 경우는 내가 한 고민이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 인사를 남겨주는 경우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은 그 자체로 보람 있고 값진 일이라는 걸 블로그를 통해 배웠다. 나는 내가 가진 경험과 생각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는 그 경험과 생각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런 댓글들을 보면 ‘배워서 남 주자’라는 일념 하에 글을 더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만약 누군가가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온라인에 뭐라도 쓰세요”라고 답할 것이다. 온라인 글쓰기는 지금까지 말한 피드백 구조 외에도 수많은 장점이 있다. 나만의 노트에 글을 쓰기만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똑같은 글도 온라인 세상에 노출하면 독자와 만날 확률이 생긴다.
대신 적어도 1년은 꾸준히 써야 한다. 그래야 뭔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다. 그 기간 동안은 더디게 반응이 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1년 동안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쓰고 나서야 뭔가 눈에 띄는 반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어떻게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말했던 환경 재배치 전략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글쓰기가 아닌 다른 사례를 통해 새로운 전략에 대해 알아볼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