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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y 13. 2024

혼자보다는 함께일 때 꾸준함을 만들 수 있다

<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 8화

아내는 내 모든 글의 첫 독자이다. 평소에 글을 쓰면 아내에게 가장 먼저 글을 보낸다. 대체로 잘 썼다고 칭찬해 주지만 “마무리가 아쉽다”, “전보다는 별로이다” 같은 냉정한 피드백도 가끔 돌아온다. 아내의 당근과 채찍은 책 원고를 쓸 때 더욱 효과를 발휘했다. 하루는 ‘오늘 피곤한데 글쓰기를 쉴까’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아내와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중간에 아내는 “그런데 오빠는 항상 꾸준히 하는 모습이 멋있고 대단해”라고 응원해 주었다. 아내가 이렇게 칭찬해 주는데 차마 농땡이(!)를 칠 수 없어 조용히 책상에서 나머지 원고를 썼다.


조력자는 꾸준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노르웨이의 숲>, <1Q84>로 세계적인 소설가가 된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지속적으로 베스트셀러를 출간할 수 있었던 건 아내 다카하시 요코의 공이 크다. 요코는 하루키에게 든든한 파트너이자 능력 있는 편집자였다. 하루키는 원고를 완성하면 가장 먼저 아내에게 보여주었고 아내의 심사를 통과해야 담당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낼 수 있었다.¹ 심지어 요코는 하루키가 어느 단계에서 고쳐쓰기를 멈춰야 하는지 알려주었다.² 이쯤 되면 꾸준함을 유지하는 비결은 좋은 사람과 결혼하기인 게 확실해졌다. 자 꾸준함을 만들고 싶다면 눈을 크게 뜨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특히 요즘처럼 결혼하기 어려운 시절에 말이다. 반드시 조력자가 가족일 필요는 없다.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요즘은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의 모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취향에 따라 소셜 모임을 구성하는 ‘문토’, 취미활동을 기반으로 모이는 ‘프립’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실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맞는 커뮤니티를 찾고 있다.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문토는  2021년 1월 앱 론칭 당시 31개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2022년 6월 9300개 신규 모임을 오픈했다.³


개인적으로는 ‘트레바리’라는 유료 독서 모임에 간헐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독서모임의 규칙상 한 달에 한 번있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려면 책을 반드시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한다. 덕분에 반강제적으로라도 책을 읽게 된다. 트레바리에 참여하는 기간과 그렇지 않은 기간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트레바리에 참여할 때 더 많은 책을 꾸준히 읽게 된다.  


커뮤니티에 참여하면 다양한 이유로 꾸준해질 수 있다. 먼저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그룹에 참여하면 건강한 긴장감이 생긴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열심히 하는 분위기 속에서 혼자 안 하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예를 들어 다들 책을 읽고 모임에 오는데 혼자 읽고 가지 않으면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 책을 읽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리액션도 그룹활동의 장점이다. 책을 읽고 올린 독후감에 “잘 읽었다.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같은 댓글이 달리면 뿌듯한 감정이 생긴다.  


만약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부담스럽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가까운 친구에게 일주일에 글 한편 쓸 거야!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렇게 선전포고를 해놓으면 친구들과 만날 때 자연스럽게 글쓰기가 주제로 나오게 된다. 마치 메아리처럼 자신의 선언이 되돌아온다. 가족, 커뮤니티, 가까운 지인은 그 자체로 강력한 행동유발 도구다. 때로는 응원과 격려로, 때로는 건강한 긴장감으로 자신의 행동을 꾸준히 하도록 만든다.  


인간은 너무나 약한 존재라서 환경에 따라 선(善)해질 수도 악(惡)해질 수도 있다는 일본의 경영 철학자 이타미 히로유키의 성약(弱)설⁴을 믿는다. 성약설에 따르면 인간은 절대적인 특성을 가졌다기 보다는 환경에 따라 좋은 쪽으로, 나쁜 쪽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 꾸준함의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자신의 주변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서 어떤 행동을 지속하는 것도, 반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꾸준함을 만들고 싶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를 적극적으로 찾고, 그들과 자주 교류하자.  


*참고자료

1. 임경선. (2010.5.12). <하루키의 사생활을 엿보다>.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420458.html

2. Stephanie Topacio Long. (2016.12.13). <15 Fascinating Facts About Haruki Murakami>. Bustle. https://www.bustle.com/articles/188928-15-fascinating-facts-about-haruki-murakami

3. 조유빈. (2022.7.12). <‘취향 공동체’가 뜬다...왜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로 모일까>. 시사저널.

4. 신수정. (2023.5.26). <거인의 리더십>. 앳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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