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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y 15. 2024

마찰력을 이해하면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 10화

23년 6월, 몸무게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최고 몸무게를 기록했다. 원래 입던 바지는 하나 둘 벨트 버클이 잠기지 않았다. 몇 달간 다이어트를 마음먹고 시도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결국 그 해 건강검진에서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는다. 고혈압 직전이라는 결과였다. 30대 밖에 되지 않았는데 고혈압을 걱정하게 될 줄이야.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야 했다.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 동안,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지속가능한 다이어트가 필요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체중은 23년 6월에 비해 6킬로를 감량했다. 단순히 체중만 줄어든 게 아니라 건강에 관한 각종 수치가 좋아졌다. 체지방은 줄고, 근육량은 늘었다. 복부지방이 많이 빠져서 허리 치수가 2 사이즈 줄었다. 덕분에 예전에 못 입던 바지를 다시 입고 있다. 고무적인 건 생활습관 자체가 달라졌고, 그 습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한번 빠진 체중도 요요 없이 유지하고 있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비밀은 ‘마찰력’ 활용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마찰력은 독일 출신의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Kurt Lewin)의 역장(Force Field) 이론에서 나오는 마찰력을 의미한다. 레빈은 모든 물질이 물리력에 지배당하듯, 인간의 행동 역시 특정한 ‘힘 Forces’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힘’의 정체가 바로 우리를 둘러싼 ‘상황 Contexts’이다. (레빈은 상황을 환경 Environments라고도 불렀다. 챕터 2에서 말했던 환경의 재배열은 바로 이 역장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레빈이 보기에 상황은 ‘추진력 Driving Force’과 ‘억제력 Restraining Force’ 간의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둘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 마찰력 Friction Force’이다.¹ 바로 이 마찰력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인간의 행동과 지속성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일상에서 꾸준히 유지하고 싶은 좋은 습관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습관을 추진하는 힘이 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마찰력을 낮춰야 한다. 거리는 가장 쉬운 마찰력의 사례이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 물건을 둘수록 마찰력이 낮아져 그 물건을 자주 쓰게 된다. 반대로 없애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앞선 사례와 반대로 마찰력을 높여야 한다. 만약 밤늦게 야식을 먹는 습관을 없애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할 수만 있다면 야식을 배달하는 가게가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가자. 야식 주문이 어려워져(마찰력이 높아져) 자연스럽게 야식을 적게 먹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배달앱을 통해 어딜 가든 쉽게 야식을 주문할 수 있다)


이미 기업들은 마찰력의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들을 떠올려 보자. OTT서비스는 한 화가 종료되면 다음화 넘어가기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다음화가 재생된다. 이는 다음화 재생에 대한 마찰력을 낮춰서 이용자가 영상을 계속해서 보도록 만든다. 온라인 쇼핑몰은 어떠한가? 물건 하나를 구매하면, 다른 이용자가 그 물건을 살 때 함께 골랐던 제품을 함께 보여주며 ‘이런 물건은 어때요?’라고 제안한다. 추가 구매로 이어지는 마찰력을 낮추어서 객단가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반대로 서비스를 탈퇴하려면 엄청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우선 탈퇴 버튼을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각종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 탈퇴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마찰력을 높여서 이용자를 잡아두려는 전략이다.


마찰력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 2010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연구진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쉽게 접하기 힘든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임시 농산물 가판대를 설치했다. 연구진은 거주자들에게 건강에 대해 교육하거나 가판대를 홍보하지도 않고 다만 증가된 근접성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관찰했다. 2


결과는 놀라웠다. 과일 소비가 두 배로 올랐고 주민들이 집에서 샐러드를 해 먹기 시작했다. 조사 지역 주민들의 농산물 하루 평균 섭취량은 약 10퍼센트 증가해 4인분을 넘었다. 농산물 가판대 설치 예정 장소의 주민들을 사전 인터뷰했던 결과 - 약 5퍼센트만 농산물 가판대에서 물건을 산 경험이 있고, 과일과 채소를 일주일에 약 3.5인분 섭취한다는- 와 비교해 보면 변화 폭이 컸다. 집 근처에서 신선한 야채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지의 차이, 즉 마찰력이 높으냐 낮으냐에 따라 야채 섭취율이 확연히 달라졌다.


우리가 삶에 스며든 마찰력을 이해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끌려 다닐 수 있다. 자본의 힘이 유도하는 대로 소파에 누워 OTT를 보고,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면서 피 같은 돈을 낭비할 수도 있다. 아래로 당기기만 하면 무한대로 제공되는 영상의 바닷속에서 귀중한 수면 시간까지 빼앗긴다. 마찰력을 관리하겠다는 말은 어쩌면 삶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라도 마찰력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참고자료

1. 웬디 우드. (2019). <해빗>. 다산북스. p147-149

2. 같은 책. p163-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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