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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y 16. 2024

거리만 줄여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 11화

간단한 퀴즈 하나. 다음 중 어느 헬스장을 등록했을 때 꾸준히 다닐 확률이 가장 높을까?


① 최신 운동 기구가 설치되어   있어서 원하는 근육을 자극하는데 최적화된 헬스장    
② 뛰어난 코치가 있어서   정확한 운동 방법을 알려주는 헬스장
③ 경쾌한 노래가 흘러나와서   운동 의욕을 불어넣는 헬스장
④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어서 언제든지 쉽게 갈 수 있는 헬스장


질문의 핵심은 꾸준함에 있다. 도대체 어떤 요인이 꾸준함에 영향을 줄까? 반짝반짝한 최신 운동 기구? 아니면 탁월한 교수법을 자랑하는 코치? 정답을 모르겠다면 앞선 글에서 배웠던 마찰력의 개념을 다시 떠올려 보자. 특히 거리는 마찰력의 가장 쉬운 사례였다고 한 구절을 기억해 보자. 이제 정답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 정답은 4번,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헬스장이다.  


실제로 내가 경험한 사례가 그렇다. 현재까지 거의 8개월째 주 3-4회 정도 집 근처 헬스장에 간다. 지금 헬스장을 꾸준히 다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접근성이다. 집을 나서면 직선거리로 208m 떨어져 있다. 걸어가면 5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다. 무엇보다 가는 길이 정말 쉽다. 집을 나서면 헬스장까지 길이 하나로 쭉 뻗어 있다. 주택가이다 보니 평소에도 조용하고 북적이지 않는다. 주말 이른 아침, 고요한 길을 걸어가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처음 헬스장을 등록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헬스장을 등록하고 1-2주 가다가 가지 않은 적이 태반이다. 지금 다니는 헬스장 이전에 마지막으로 등록했던 헬스장은 3달을 채우지 못했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았다.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다만 가는 길이 썩 편하지 않았다. 저녁에 가려면 길거리에 왁자지껄하게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길을 지나가야 했다. 결국 최초 등록 이후 점차 방문하지 않게 되었다. 나중에 등록 기간이 만료되어 락커에 넣어두었던 신발을 가지고 도망치듯 나왔던 기억이 그 헬스장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거리가 운동을 지속하는데 영향을 주는 경우는 나만의 사례가 아니다. 2017년 2~3월에 미국의 한 데이터 분석 업체가 750만 대의 스마트폰 기록을 수집했다. 이 업체는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헬스장을 얼마나 멀리 다니는지 분석했다.¹ 약 6킬로미터 떨어진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한 달에 5회 이상 방문했다. 반대로 약 8.2킬로 떨어진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방문 횟수는 월 1회에 그쳤다. 2킬로미터 남짓의 차이가 헬스장 방문 횟수에 있어 다섯 배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정확히 몇 킬로미터가 늘어날 때 헬스장 방문 횟수가 증가/감소하는지는 국가나 동네의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이다. 거리가 줄어들수록 헬스장을 방문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혹시 헬스장이라는 특별한 사례에만 거리라는 마찰력이 적용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다른 사례에 대입해도 거리 마찰력은 동일하게 작동한다. 결혼을 하고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처음 신혼집은 서울숲 근처의 오래된 아파트였다. 서울숲의 수많은 입구 중 하나와 아파트 입구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그 집에 살 때는 일주일에 러닝을 3-4회씩 했다. 특히 주말 아침에 러닝을 즐겨서 했다. 그때는 내가 러닝을 좋아해서 공원을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공원이 가까워서 러닝을 하게 된 경우였다. 근처에 서울 숲 같은 공원이 없는 두 번째 집으로 이사를 가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러닝을 안 하게 됐다. 체중은 어떻게 됐냐고? 당연히 두 번째 집으로 이사를 가고 3kg이 더 쪘다.


거리와 마찰력의 관계는 사실 먼 옛날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공동묘지 근처에서 사니까 맹자가 날마다 장사 지내는 모습을 따라 했고, 시장 근처에 사니 시장 상인처럼 장사놀이를 하고, 서당 근처로 이사 가니 비로소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자식 교육을 위해 3번이나 이사를 했던 맹자의 어머니처럼, 주거지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거리 마찰력을 줄일지는 분명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 종목을 먼저 선택하고, 다음으로 그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고른다. 하지만 꾸준함을 만드는 관점에서는 종목에 대한 선호도보다 그 운동이 자주 갈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운동을 위해 이동하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마찰력이 높아져서 지속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참고자료

1. 웬디 우드. (2019). <해빗>. 다산북스. 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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