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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y 21. 2024

내적 동기는 꾸준함의 원동력이다

<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 16화

근 10년 만에 영어 시험을 봤다. 그것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몇 개월 동안 꾸준히 공부한 영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궁금했다. 마침 회사에 영어 시험을 볼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신청했다. 시험은 원어민이 묻는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답하는 방식이었다. 며칠 뒤 시험 결과가 메일로 발송됐다. 시험 결과를 클릭하자 총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지원자는 영어를 잘 사용합니다. 원어민과도 성공적으로 소통할 것입니다."

(Overall the candidate seems to use English well. Could probably succeed when communicating with native speakers)


눈을 의심했다.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살면서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전체 10 레벨 중 7 레벨을 기록했다. 공부한 기간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무려 중상위권이라는 뜻이었으니까. 침대에 누우려다 괜히 기분이 좋아 30분 더 영어 공부를 했다. 확실히 꾸준히 영어 공부한 보람이 있었다.


좋은 시험 결과는 최근 영어 공부를 하며 느꼈던 생소한 감정 덕분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영어 공부가 ‘재미’ 있다고 느꼈다. 지금까지 했던 영어공부는 대부분 머리를 쥐어뜯으며, 억지로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수능 성적을 위해 억지로 단어를 외웠다. 대학생 때는 취업을 위해 토익 점수를 만들었다. RC/LC와 씨름하며 도서관에서 몸을 배배 꼬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랬던 내가 영어 공부를 재밌다고 생각하다니. 이 무슨 천지개벽할 일인가.


모든 일은 영어 공부를 시작한 원동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는 외적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공부를 했다. 영어 공부 자체가 아닌 영어 공부로 인해 얻어지는 부가적인 보상(좋은 수능 성적, 취업 성공)이 영어 공부를 하는 원동력이었다. 중요한 점은 외적동기로 시작한 행동은 지속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수능이 끝나고, 토익 성적이 나오자 바로 영어 공부를 손에서 놓았다. 영어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잿밥 때문에 공부를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 결과였다.


반면에 최근에 시작한 영어 공부는 원동력이 달랐다. 영어 공부 자체에서 오는 내적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주된 동력이었다. 전에는 영어로 표현하지 못했던 문장을 말하게 되거나, 원어민 영어 콘텐츠가 좀 더 귀에 잘 들렸던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 순간을 겪으면 '전보다 영어 실력이 늘긴 늘었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어 공부의 보람을 느낀다. 이처럼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차오르는 재미, 보람, 성취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이 다음날 다시 영어 공부를 하는 힘이 된다.

                     

- 내적동기¹ (Intrinsic Motivation) : 행동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즐거움이나 성취감과 같이 행동 자체가 제공하는 본질적인 보상으로 인해 생기는 동기

- 외적동기(Extrinsic Motivation):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을 했을 때 수반되는 보상이나 처벌 때문에 하게 되는 동기


내적동기는 분명히 꾸준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내적동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오늘의 내가 달성하지 못한 일보다 어제의 내가 달성한 일에 집중하기’다. 원래 인간의 본성상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내가 가진 결점이 더 커다랗게 보인다. 이상하게 나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는 사람만 눈에 들어오고, 당장의 영어 실력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자. 잘되지 않는 R, L 발음이나, 자주 틀리는 문법보다는 작더라도 자신이 달성한 일에 집중하자.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보다는 자라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나아진 점에 집중하면 ‘내 영어 실력은 왜 이것밖에 안되지’가 아니라 ‘그래도 나 꽤 많이 늘었잖아?’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 자체가 심리적 보상이 되어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다.


50살에 미국 구글 본사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이직한 후 고군분투 영어 정복기를 담은 정김경숙의 책 <영어, 이번에는 끝까지 가봅시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영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는 바로 ‘어제보다 성장한 나’를 실감할 때죠. 오늘의 영어가 6개월 전, 1년 전 영어와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때, 우리는 누가 뜯어말려도 영어를 계속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기 위해 그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실감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합니다.”²


그녀는 유튜브로 공부한다면 유튜브 채널 리스트를 눈에 보이도록 정리해 놓고, 오디오 북을 한 권 듣는 데 성공했다면 완독에 성공한 책 제목을 눈에 짤 띄는 곳에 적어 놓으라고 말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성장을 실감할 수 있고, 바로 이런 작은 성공이 모여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정김경숙의 조언을 따라 책장 한편에 지금까지 공부한 영어 교재들을 쌓아놓았다. 모아보니 5권이 넘었다. 솔직히 말하면 책에 있는 내용을 100%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뭐 어떠한가. 수많은 책 중에 일부라도 머릿속에 남았으면 됐다. 다른 무엇보다 열심히 했다는 노력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노력의 증거가 주는 뿌듯함. 그 감정이 꾸준히 나아가는 힘이 된다.


*참고자료

1.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1995). <교육학용어사전>, 하우동설

2. 정김경숙. (2024). <영어, 이번에는 끝까지 가봅시다>.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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