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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y 22. 2024

의지는 변해도, 기록은 변하지 않으니까

<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 17화

180. 영어공부를 시작한 23년 9월부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24년 4월까지 영어 공부를 한 횟수다. 총 8개월 동안 공부를 했으니 월평균 17회 영어 공부를 했다. 도대체 어떻게 영어공부한 횟수를 그렇게 정확히 기억할 수 있냐고? 모든 건 기록의 힘 덕분이다. 작년부터 매일 하루에 한 행동을 간단히 앱에 기록해 놓는다. 특히 영어공부처럼 내가 꾸준히 하려고 마음먹은 행동은 항상 달성 여부를 기록해 놓는다.


기록이 꾸준함에 도움이 된다는 건 혼자서 노동법 챌린지를 하며 알게 됐다. 하고 있는 일이 인사 담당자라 노동법 지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700쪽이 넘는 두꺼운 노동법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책을 펼쳤다가 서문만 읽고 책을 닫은 적이 여러 번이다. 하지만 한 번은 마음을 굳세게 먹고 ‘하루에 30분 노동법 책 읽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나만의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노동법 챌린지라고 이름까지 붙였다.  


하루 30분 공부 정도는 해볼 만해 보였다. 특히 하루 30분이라는 목표가 작아 보여도 누적된다면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 작더라도 일단 시작하기, 그리고 우직하게 끌고 가기. 내가 무엇을 하든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다만 자신의 한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의지박약, 작심삼일, 용두사미로 끝난 일도 많았다. 이걸 막기 위해 약간의 통제 장치가 필요했다.  


노동법 챌린지를 하면서는 앱을 활용해서 매일 달성 여부를 기록했다. 기록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구구절절이 자세히 적다 보면 (ex. 오늘 어떤 어떤 내용을 공부했다) 오히려 기록 자체가 부담되어서 아예 적지 않게 된다. 그저 간단하게 그날 목표한 챌린지를 실행했는지만 기록하면 된다. 나는 하루콩이라는 앱을 활용했는데 아이콘만 누르면 그날의 목표 달성 여부가 쉽게 기록이 되었다. 귀여운 디자인에 통계 기능까지 잘 구현되어 있어서 지금도 잘 활용하고 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목표했던 700쪽을 완독 하지는 못했지만 4개월 동안 절반을 읽었다. 1장도 다 읽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였다. 그 뒤로 꾸준함을 만들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항상 앱에 기록을 한다.


앱을 활용한 기록은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객관적인 '데이터'가 쌓인다. 내가 일주일, 한 달에 몇 번 목표한 행동을 실행했는지 앱에 정확하게 기록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내가 일주일, 한 달에 몇 번 목표한 행동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대략적인 감으로 '이번 달에는 몇 번 한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1달에 5번 목표를 달성했는데, 7번 했다고 자신을 속일 수 있다. 정확한 데이터가 없으니 '그래도 이 정도면 열심히 한 것 아니야?'라고 하며 스스로와 타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항상 사실(Fact)만을 말한다. 자신이 목표한 행동을 계획보다 적게 했는지 초과 달성했는지 있는 그대로 알 수 있다. 앱을 활용하면 1주일, 1달에 몇 번 목표를 달성했는지 정확한 숫자가 나오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인지할 수 있다. 일종의 냉정한 성적표를 받는 셈이다. 열심히 한 주와 미진한 주를 알게 되고, 전 월 대비 이번 달의 추세도 알 수 있다. 모두 기록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다.


객관적 정보를 알 게 되면 가장 중요한 성찰과 회고로 이어진다. 데이터가 쌓이고 추세를 알게 되면 스스로 반성하거나 칭찬할 수 있다. 만약 전 주, 월보다 목표 달성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걸 알게 되면 왜 그런지 이유를 찾게 된다. 일회성 원인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가 생긴 것인지 판단하게 된다. 만약 자신이 목표한 행동에 관심도가 떨어졌다면 어떻게 다시 관심도를 올릴지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건 평소에 앱에 쌓아둔 작은 기록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의지는 변해도 기록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남긴 작은 기록은 '데이터 쌓기- 자신의 행동 인지하기- 성찰과 회고'라는 하나의 종합적인 프로세스를 만든다. 그리고 각 과정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거나 강화하는 계기를 만든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면 일단 기록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우리의 생각보다 기록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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