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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y 20. 2024

꾸준함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덧붙이는 것이다

<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 15화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5개월쯤 지났을까? 영어 실력이 일정 수준에서 더 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루에 30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실력을 빠르게 키울 수 없었다. 투입하는 시간과 실력 상승의 속도는 비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존 시간 외에 더 많은 시간을 영어 공부에 투입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려면 아내와의 산책 시간이나 꾸준함의 다른 영역- 운동, 글쓰기–에 쓰는 시간을 줄여야 했다. 먼저 기존의 시간 사용 방법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지 눈 크게 뜨고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레이더에 감지된 활용 가능 시간은 아침 출근 시간이다. 몇 년 전 지금 집으로 이사 온 후 회사까지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지금 집과 회사가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여서 걸어가면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고자 시작한 걸어서 출퇴근은 이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평소에는 그 시간에 인기 Top100 노래를 들으며 걸어갔다. 하지만 영어공부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아침에 공부한 영어 방송을 한 번 더 듣는 복습시간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에 듣는 영어 방송은 마침 20분 분량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할 때면 영어 방송 복습이 알맞게 끝났다.


영어 공부와 함께 주력하고 있는 운동에도 영어공부 시간을 더했다. 모든 운동을 끝내고 항상 마지막에는 실내 자전거를 탄다. 매일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0분은 실내 자전거를 탄다. 원래는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간에 영어로 된 유튜브 콘텐츠를 본다. 운동 이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어려운 영어 콘텐츠는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주로 해외 인플루언서의 브이로그 영상이나, 토크쇼, 할리웃 스타 인터뷰 영상을 본다. 언어만 영어일 뿐 그 자체로 흥미롭고 재밌는 콘텐츠들이다. 물론 영어 자막을 켜놓고 본다. 아직까지 자막 없이 영어 콘텐츠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지금 글을 쓰는 때는 새로운 방법들을 추가하고 또다시 3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새로 확보한 영어공부 시간들이 모두 잘 작동하고 있다. 이제는 평일 아침 영어공부, 출근길 영어 방송 복습, 퇴근 후 운동하며 영어 콘텐츠 보기가 하나의 세트로 작동한다. 3가지 방법을 모두 합산하면 적어도 하루에 1시간 이상은 영어 공부를 하는 데 시간을 사용한다.


새로운 영어공부 습관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기차 칸 덧붙이기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새로운 행동을 하나의 기차 칸이라고 생각해 보자. 기차 한 칸을 움직이려면 레일도 깔고 움직일 수 있는 엔진까지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하지만 이미 잘 달리고 있는 또 다른 기차 뒤에 연결하면 어떨까? 고리만 튼튼하게 연결하면 새로운 레일 설치도, 엔진 구입도 필요 없다. 이미 잘 작동하고 있는 기존 기차가 새로운 칸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 자연스럽게 앞 칸을 따라간다. 실제로 내가 최근에 새롭게 만든 습관들은 이런 기차 칸 덧붙이기 전략을 따르고 있었다.


<내가 실행한 ‘기차 칸 덧붙이기’ 전략>

- 출퇴근 걸어서 하기(기존 습관)+ EBS 강의 복습하기(새로운 습관)
- 운동할 때 사이클 타기(기존 습관)+유튜브 영어 콘텐츠 보기(새로운 습관)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 스티브 스콧 (S.J. Scott)이 추천하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자신의 책 <해빗 스태킹(Habit stacking)>을 통해 습관 쌓기 전략을 강조한다. 작은 행동들을 쌓아서 하나의 강력한 습관 묶음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특히 그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이미 자리 잡은 습관을 찾아서 앞이나 뒤에 구체적인 활동을 추가하라고 말한다. 기존 습관에 새로운 습관을 덧붙이면 자동화된 기존 습관과 하나의 습관 묶음이 되면서 실행이 쉬워지기 때문이다¹. 아침에 기상 이후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본인이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행동을 하거나, 식사라는 강력한 반복 행동 전에 영양제를 챙겨 먹는 식이다.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자동화된 습관을 가지고 있다. 너무나 익숙해서 그걸 습관이라도 인지조차 못할 뿐이다. 아침 기상, 출퇴근, 하루 세끼 식사는 대부분의 사람이 공통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침 운동, 잠들기 전 책 읽기를 반복해서 하기도 한다. 종류는 달라도 자세히 자신의 하루를 살펴보면 반복해서 하는 행동이 분명히 있다. 그곳을 자신의 새로운 꾸준함을 만드는 시작점으로 삼자.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건 너무나 힘들다. 하지만 기반이 조금이라도 닦여져 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꾸준함을 만드는 일도 비슷하다.


*참고자료

1. 스티브 스캇. (2017). <해빗 스태킹>. 다산 4.0.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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