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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코믹 Jun 20. 2022

불황과 호황

경기변동

 한 국가는 노동과 자본을 이용해서 생산을 한다. 그리고 그 생산한 것들을 사용하고 투자한다. 즉 넓게 보면 생산한 것들을 모두 소비하며 살아간다. 경제성장은 그 국가의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이루어지고 다시 이것은 자본의 축적과 교육, 기술의 발전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국가의 생산량은 생산성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일시적으로는 다른 것들의 영향으로 방해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GDP (출처: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
미국의 경제 성장률 (출처: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

 첫 번째 그래프는 지난 과거 미국의 생산량(GDP)이다. 그리고 두 번째 그래프는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나타내는데, 멀리서 보면 장기적인 추세에 따라 경제가 성장하지만 가까이에서 확대해 본다면 이 추세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위아래로 반복하고는 한다. 이처럼 생산량이 추세에서 벗어나 출렁이는 것을 경기변동이라고 한다.


 과거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의 이야기다. 대공황 시절 그의 할머니는 도시의 아이들이 신발을 제대로 사서 신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가 왜 아이들의 부모들이 신발을 사주지 않았냐고 물어보자 아이들의 아버지들이 대공황으로 인해 실직하는 바람에 돈이 없어 신발을 사주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아버지들은 신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공장이 문을 닫아야 했다. 왜 공장이 문을 닫아야 했냐는 물음에 할머니는 아무도 신발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대답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히 신발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있었다. 하지만 생산을 하지 못했고 신발을 소비하지 못한다. 공장이 문을 닫아 돈이 없어서 신발을 살 수 없는데 공장은 신발을 사는 사람이 없어서 문을 열지 못한다.


 1929년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던 대공황은 역사상 가장 크고 끔찍한 경제 침체였다. 생산량은 30%가량 곤두박질쳤고 실업률은 최고 25%를 넘어섰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왜 불황은 일어나는 것일까? 무슨 이유인지 사람들이 지출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물건들이 넘처나기 때문에 공장은 물건을 전만큼 만들 필요가 없다. 공장은 일하던 노동자들을 해고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돈이 없어 전만큼 지출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 다시 공장은 생산을 줄이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 (사진 출처:BBC)

경제 전체의 총지출 감소가 잠재적인 생산량보다 낮게 생산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당시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였던 케인즈의 통찰이었다. 




가격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sticky price)


가격은 사회에서 자원을 분배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만약 어떤 물건을 사람들이 많이 사려고 한다면 가격이 상승해서 그만큼 생산을 많이 하게 되고, 반대로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면 가격이 떨어져 생산을 더 적게 한다. 그래서 가격을 도구로 생산하는 양과 소비하는 양은 맞아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가격이 그렇게 빨리빨리 변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의 음식점들을 둘러보자. 냉면은 여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겨울에는 그보다는 조금만 찾을 것이다. 그런데 냉면의 가격이 여름과 겨울마다 다르고 사람들이 얼마나 찾느냐에 따라 자꾸 가격이 변하는가? 물론 장기적으로는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기도 하지만 보통 짧은 기간 내에 그런 일들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냉면 가게 사장님은 사람들의 수요에 맞추어 가격을 그때그때 정하지 않고 일정한 가격에서 사람이 많으면 바쁘게 늦게까지 일을 하고 사람이 적다면 한가하게 적게 일한다. 즉 가격을 정해두고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조절하곤 한다. 케인즈는 가격의 이런 특징이 불황과 호황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가격은 빨리빨리 변하지 않고 끈적끈적(sticky) 하게 움직인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전체적 물건의 가격인 물가는 이처럼 빨리 변하지 않고 끈적끈적하게 변한다. 또 노동시장에서 가격인 임금도 이처럼 쉽게 변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경제 상황이 안 좋다고 월급이 줄어들고 상황이 좋다고 월급이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다. 월급은 보통 미리 정해진 만큼을 주지 상황에 따라 계속 변동되지 않는다. 




가격이 끈적거리며 움직이기 때문에 불황과 호황이 반복된다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은 일치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물가가 경직적이기 때문에 이 둘은 어긋나기도 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람들의 지출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해보자. 경제 전체의 전반적인 수요를 총수요라고 하는데 이 총수요가 어떤 이유에서 갑자기 줄어들었다. 이상적인 경제 상황에서는 물가가 하락을 해야 한다. 물가가 하락을 해서 총수요가 증가해 다시 공급이랑 맞아떨어져야한다. 그런데 현실의 물가는 경직적이다. 그래서 물가가 그만큼 하락하지 않아 총공급보다 총수요가 적은 상황이 벌어진다. 기업들은 판매할 물건을 미리 쟁여둔다. 이런 것을 재고투자라고 한다. 갑자기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는다면 물가가 떨어져서 쌓아둔 재고가 팔려나가야 하는데, 물가가 빨리 떨어지지 않아 재고가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이게 된다. 그러면 공장은 이미 재고가 많이 쌓였기 때문에 전만큼 새로 생산을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생산을 줄이려 한다. 

공장들이 생산을 줄이려고 하니 노동자들이 전보다 덜 필요하다.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때 다시 한번 문제가 생긴다. 임금도 끈적끈적해서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의 수요가 줄어든다면 임금이 빨리 하락해 다시 수요가 증가해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모두 일을 해야 하지만 임금이 빨리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일하려는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의 노동자보다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노동자들은 해고를 당한다. 이렇게 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소비를 하지 않게 되고 그만큼 경제 전체의 지출이 줄어들게 된다. 다시 원하지 않았던 재고가 쌓이게 되고 생산량을 줄이고 실업자가 더 늘어나게 된다.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출을 더 늘렸다고 생각해보자. 경제 전체적인 총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해 다시 수요가 줄어들어 공급과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물가가 그만큼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계획했던 것보다 공장의 재고가 부족하게 된다. 공장들은 전보다 물건을 많이 만드려 한다. 원래의 공급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이 생산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야근을 하고 추가 노동을 한다. 더 분주하게 움직이고 빨리빨리 일을 해야 한다. 다른 곳으로 이직하려는 사람에게까지 돈을 더 주며 고용을 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실업률보다 더 실업률이 낮아지게 된다.


장기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면 그만큼 투자가 증가해서 경제성장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케인즈는 이처럼 불황에서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면 투자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케인스의 이론은 지극하게 침체된 대공황에 탄생한 이론이기 때문에 이런 점이 더 돋보였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순수출의 변화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만성적인 경상수지의 적자는 문제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경상수지가 적어진다고 해서, 심지어 경상수지가 마이너스가 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수출을 많이 하고 수입을 적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순수출의 변화는 경기변동에 영향을 준다. 순수출은 수출을 한 부분에서 수입을 뺀 순수하게 외국에서 우리나라 물건을 사용한 양인데, 갑작스럽게 이것이 줄어든다면 사회의 수요가 줄어드는 충격이 가해지게 되는 것이고 끈적거리는 물가 때문에 경기변동에 충격을 주게 된다. 반대로 불황의 상황에서 수출이 늘어난다면 불황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가격이 빨리 움직이지 않고 끈적이며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로 경제는 능력보다 더 생산하던지 그보다 적게 생산하는 일이 생긴다. 경기변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생산능력은 능력, 실력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그리고 호황과 불황은 컨디션이다. 축구선수들의 경기 능력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능력과 실력에 의해 결정되지만 경기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다를 수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경기력이 평소보다 더 좋을 것이고 나쁜 날에는 경기력이 평소보다 더 나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장기적으로 소비를 증가시킨다고 해서 경제성장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를 증가하면 저축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효과를 갖는다. 총수요는 경기변동을 일으키는 요인이지 경제 성장을 일으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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