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는 역사상 가장 큰 경제 불황이었던 대공황이 발생했다. 이 대공황의 여파는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케인스는 대공황을 가격이 조정되지 않아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적어졌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불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We Just Wait"
당시 케인스와 같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학과장이었던 아서 피구(Arthur Pigou)는 경제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믿었다. 사람들이 실직하고 물건을 사지 않아서 남아돈다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물론 가격이 일시적으로는 끈적거리며 움직이기 때문에 당장은 불황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건의 가격은 떨어지고 임금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물건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물가가 하락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물건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될 것이고 다시 노동자들을 고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면 세상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피구를 비롯한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기다리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케인스는 이처럼 기다리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주장하는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을 비판했다. 케인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 죽는다)"
케인스는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잔잔한 바다가 돌아올 거라는 너무 안일한 이야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과 가격이 움직여서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부 지출을 증가시켜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황의 이유는 물가가 빨리 떨어지지 않아 사회의 공급보다 수요가 적은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괴리가 나타나는 부분을 정부의 지출로 충당해 다시 이전의 잠재적인 생산량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케인스는 재정 지출을 증가시킨다면 시장에서 남아도는 생산이 줄어들어 노동자들을 더 고용하고 이 노동자들은 받게 되는 임금으로 물건을 구매하며 이것이 다시 남는 물건을 줄이고 노동자들을 더 고용하게 되면서 불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불황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통해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정부가 빚을 져서 흥청망청 소비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케인스가 자본주의를 부정한 사람이었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 케인스는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자본주의가 기본적으로는 잘 작동하지만 가끔씩 삐걱일 때가 있고 이것을 손질해서 고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주 제한적인 개입을 통해서 사유재산권과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교란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자본주의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재정 지출을 증가시키는 방법 말고도 다른 방법들이 있다. 만약 세금을 줄여주는 감세를 한다면 사람들의 주머니에 돈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 사람들이 직접 돈을 사용할 것이다.
또 다른 정책은 앞서 말한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금리는 경제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에 의해서 결정된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정책을 통해서 단기 금리를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중앙은행이 직접 장기 금리를 움직이는 것은 힘들다). 앞서 <기준금리란 무엇일까> 글을 통해 통화량을 증가시켜 단기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기준 금리를 낮추게 된다면 다른 금리들이 함께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또 경제에 영향을 더 크게 주는 것은 장기 금리인데 (예를 들어 공장을 지으려 투자를 하는데 몇 년 돈을 빌리는 비용이 하루 돈을 빌리는 비용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기 금리를 낮춘다면 간접적으로 장기 금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년간 돈을 빌리려고 한다고 생각해보자. 돈을 빌리는 선택지에는 2년간 빌리는 방법이 있고, 1년간 빌린 후에 다시 1년을 더 빌리는 방법이 있다. 이때 1년간 빌리는 비용이 더 저렴해진다면 두 번째 방법으로 빌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2년간 빌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2년간 빌리는 비용이 하락하게 된다. 같은 메커니즘으로 단기 금리를 낮추게 된다면 장기 금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물론 반드시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금리를 결정짓는 요인들은 워낙 많기 때문에 다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한다면 장기 금리는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사람들은 더 많이 투자를 하려고 할 것이다. 돈을 빌리는 것이 더욱 저렴해졌기 때문에 공장을 세우고 집을 짓는 것이 수월해질 것이다. 또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저축을 더 조금만 하려고 한다. 그래서 저축을 더 조금만 하고 그만큼 소비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불황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먼저 재정 지출을 증가시키던지 감세를 하는 재정 정책은 효과가 빠르고 직접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부채를 증가시키는 문제가 있고 의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을 갖는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처럼 모두가 공감하는 긴급 상황에서는 의회의 통과가 빠르게 이루어지지만 의회에서 다투는 경우, 특히 야당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금리를 인하하는 방법은 정치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기준금리의 결정은 각 중앙은행에서 회의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긴급 상황의 경우 이 회의는 언제든지 소집할 수 있다. 그래서 상황에 맞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금리 인하의 경우 돈을 빌리는 것이 수월해져서 이것이 투자로 이어지는데 시간이 한참 걸릴 수 있다. 또 대공황처럼 상황이 심각한 경우에는 효과가 비교적 떨어질 수 있다. 여기저기에서 망해가는데 금리가 조금 싸다고 공장을 많이 짓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