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을 증가시키면 이자율을 올라갈 것이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실질적인 이자율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자율을 보장받기 위해서 그만큼 명목 이자율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고전파적 이분법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화폐를 증가시킨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이자율은 변하지 않고 물가만 상승시킬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즉 일시적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다루었던 이야기들은 경제학의 고전학파적인 사고인데, 주로 고전학파의 사고는 장기적인 경제를 설명한다. 일시적으로는 괴리가 나타나지만 궁극적으로 경제가 다가가는 모습은 고전학파에서 말하는 이론 대로라는 것이다.
반면 장기적인 안목이 아닌 단기적으로, 달리 말하면 일시적으로는 다른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기준 금리라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번에는 이 기준금리에 대해 알아보자.
은행은 사람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 주는 기관이다. 그런데 이 돈을 모두 빌려준다면 누군가가 돈을 찾으러 왔을 때 돈을 내어줄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은행은 받은 돈을 모두 빌려주지 않고 일정 부분을 남겨둔 후에 빌려준다. 이런 것을 지급준비금(Reserve)이라고 한다. 법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지급준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강제된다. 이것을 어기면 경고 후 은행 면허가 취소된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자금의 유통이 꼭 정해진 만큼 일정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돈을 갑자기 찾으러 올 수도 있고 업무상 급하게 돈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은행들은 하루 이틀간 서로 돈을 빌리고 빌려준다. 비교적 돈이 넉넉한 은행은 돈이 급한 은행에게 돈을 빌려준다. 이때 은행들이 돈을 서로 빌릴 때 주게 되는 금리를 우리나라에서는 콜금리, 미국에서는 Federal Funds Rate(하루간 빌릴 때 지불하게 되는 금리이다)라고 부른다. 중앙은행은 이 금리를 조종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이 금리를 올렸다는 것을 말한다(한국의 경우 2008년 이후 정확하게는 1주일 만기의 RP금리라는 것을 조종하는데, 비슷한 단기 금리이기 때문에 같다고 생각해도 좋다). 이렇게 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금리를 기준으로 은행의 대출금리, 예금금리 혹은 주택대출금리 등이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이 기준금리를 움직임으로써 다른 시장에서의 금리를 간접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움직일 때 어떤 방법을 이용해 움직일까? 바로 통화량을 통해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조종한다. 만약 시중에 통화량이 많아져서 은행의 금고에 돈이 두둑해진다면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는데 크게 이자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A은행이 B은행에 돈을 빌리는데 A, B은행의 금고에 돈이 두둑해진다면 A은행은 돈을 조금만 빌려도 될 것이고 B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게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화량을 증가시킨다면 이자율은 하락하게 된다. 종종 언론이나 유명 유튜버들 중 중앙은행이 금리를 움직이다가 양적완화를 통해서 돈을 풀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심지어 양적완화를 통해서 정부에 자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말까지도 들린다(양적완화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룰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이야기다.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분들은 꼭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통화량을 늘린다는 것과 동일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중앙은행은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을까? 여기서 통화량은 정확하게 말하면 본원통화를 말하는데, 주로 시장에서 단기 국채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조절한다. 국채는 정부가 돈을 빌리고 나중에 갚겠다고 써서 주는 보증서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먼저 시장에 있는 국채를 구매했다고 생각해보자. 중앙은행이 국채를 구매하면 돈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면 시중에 있던 국채는 중앙은행이 갖게 되고 시중에는 대신 돈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돈은 돌고 돌아 은행의 금고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앞서 설명한 이유로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국채를 판매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던 국채가 시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고 시중에 있던 돈은 중앙은행으로 다시 들어오게 될 것이다. 반대의 논리로 은행들의 금고에서 돈이 빠져나가게 되고 이것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참고로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구매하는 것은 정부에게 돈을 주는 것일까? 답은 아니다. 채권의 시장은 크게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나뉜다. 채권이라는 것은 돈을 빌리고 나중에 갚겠다고 써서 주는 보증서를 말하는데, 처음 이 돈을 빌리고 채권을 만들어서 주는 시장을 발행시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돈을 갚겠다고 한 날짜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에게 이 채권을 넘겨주고 대신 돈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을 유통시장이라 한다. 중앙은행이 정책을 위해 거래하는 시장은 이 유통시장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발행 시장에서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직접 사는 것은 관례상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정부에게 자금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는 틀린 이야기다. (이례적으로 미국의 중앙은행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주정부의 악화된 재정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2020년 3월 전국의 주정부에, 4~11월 뉴욕주와 일리노이주 주정부에 직접 대출을 한 적이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