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yeah Nov 23. 2021

약속에 대한 조금 다른 시각

손가락걸고 했던 맹세는 영원하다는 근거없는 믿음을 지녔던 어린시절을 지나, 약속이라는 것이 대게는 의미없는 단어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더이상 그것에 대한 집착이나 통제 대신 이루어지지 않을 것에 미련을 갖지 않는법을 배웠다.


누군가와 함께일때 했던, 영원할 것 같았던 수많은 약속들은 하루아침에 잔해가 되어 잿빛 연기 속으로 사라지며 마음속에 짙은 그을음을 남기곤 한다. 친구들과 했던 약속들도 바쁜 일상속에 누구도 인지할 새 없이 흐지부지 잊혀져서 얘기 꺼내기 머쓱해진다. 심지어는 스스로 했던 약속들조차 여러가지 핑계속에 종종 놓아버리기 일쑤다.


세상의 암묵적인 룰은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이며, 어렸을 때부터 학교와 가정의 충실한 기초교육 아래 약속의 중요성과 무게감에 대해 학습해왔다. 그러나, 이 세상엔 지켜지는 약속보다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오히려 더 많은것 같다. 그럼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과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유한한 인간의 삶에 '무조건'와 '영원'이라는 단어를 억지로 짜맞추려고 하면 영 어색하다. 결국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영원한것도 반드시라는 것도 없기에, 약속이라는 것이 어쩌면 허무하고 가변적인 인생속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삶에 '위안'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지나가다 반가운 사람을 보며 하는 가끔 밥먹자는 말이, 너를 평생 죽을때까지 사랑한다는 말이, 같이 좋은곳에 여행가자는 말이, 내뱉으면 사라지는 신기루같은 말들이라도, '나 지금 너 옆에 있어, 지금의 너를 사랑해, 너와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어'라는 말들의 다른 표현이라고 한다면, 그 말들을 들었을때 우리가 느꼈던 설렘과, 기쁨과, 감동의 눈물들이 진심이었던것 만큼, 우리가 하는 이 약속들도 의미가 있을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때때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수많은 약속을 만들며 현재를 서로 위로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