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껴안는 글쓰기
마음이라는 게 내 맘대로 되지 않고, 하루는 좋았다 또 하루는 끊임없이 어두워지고는 한다. 그럴 때 억지로 밝아지려고 하면 온몸에 힘이 뻣뻣하게 들어가는게 영 부자연스럽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즐거운 영화를 보고, 흥겨운 음악을 들으라는 사회의 조언은 어딘가 모르게 맨입에 종이를 씹는 것 같았다. 긍정적인 생각이란 잠깐 들었다가도 심해 속 아지랑이 마냥 힘없이 사라지는 것이었고, 즐겁고 흥겨운 것들은 먼 세상, 그야말로 평행우주에서 일어나는 나와는 관계없는 일처럼 다가왔다.
삶이 무기력해질 때, 장마철 하늘처럼 내 세상이 회색빛일때 나는 일부러 슬픈 것들을 찾아본다. 잃어버린 것들, 가지지 못했던 것들, 상처가 된 기억들을 잔뜩 침대 위에 가지고 와 끌어안는다. 그런 기억들을 자극하는 슬픈 책을 읽고 영화를 찾아보면서 슬픔을 그야말로 온전히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아래로 더 아래로 완전 바닥까지 더 떨어져서 아무런 빛이 오지도 닿지도 않을 심해에 다다를 때면 당장 죽을 것 같은 절망감에 마음껏 통곡하기도 한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면 무섭게도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깊은 곳에서 어둠을 끌어안고 올라온 나를.
발을 힘껏 굴러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믿음이 나를 괜찮게 한다. 지나가리라는 가능성이 날 버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