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35살, 왜 그렇게 결혼이 하고 싶었을까
한국나이로 35살, 벌써 2월, 곧 봄이 올것 같다.
막연히 어렸을때 상상했던 바로는 35살의 나는 당연히 멋진 집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둘 닮은 아이 한명정도는 낳아서 -아이에 대해선 확신이 없지만 어쨌든- 남들처럼은 살거라고 단 한순간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믿음은 불과 2 년전까지도 유효했는데, 그 믿음에 맞춰서 살아야겠다는 강박 때문인지 결혼에 더 매달렸던 것같다.
어디가서 듣는 결혼 하셨냐는 질문이 어느샌가부터 날 작아지게 만들었다. 당당하게 네번째 손가락을 보여주며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수요’가 있는 사람이라고 뽐내고 싶었었다.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고! 지지 않으려고 말하는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이 싫었다. ’쟤는 뭐가 문제인데 아직까지..?‘라고 은밀히 내 단점을 찾아 헤메고 뭔가 하나 걸리면 이것때문인가? 하고 추측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여자 나이 35지나면 상폐라고 아무도 찾지 않는다고 말하며 후려치는 사회속에서 소위 루저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늙어서 웨딩드레스 입으면 뭇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얘기를 혹여나 들까봐 걱정됐다.
집을 사고 싶었다. 결혼해서 둘이 돈 모아서 집도 사고 투자도 하는 친구나 동기들을 보면 자꾸 나는 늦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집값이 무섭도록 오르던 작년까지는 마치 내가 결혼을 안했기 때문에 평생 내집마련을 할 수 없겠구나 라는 절망감에 휩싸일 정도로 박탈감을 느꼈다.
함께 있을때 안정감을 느끼고 더이상 결혼이라는 것에 에너지 낭비를 하고 싶지 않고 싶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안정감을 느끼고 싶으면 결혼 하지말고 클래식을 들으면 된다고 하던데.. 실제로 나는 옆에 누가 있으면 더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라 결혼이라는 제도권 속에 들어가면 더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있었고, 20대 중반부터 지금껏 결혼만을 위해서 쓴 에너지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연애’ 그리고 그 연애와 맞닿아 있는 ‘결혼’ 을 하기 위해서 커리어를 포기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했던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끝내고 싶었다.
혼자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물론 글을 쓰는 지금도 힘들다. 그 나이때 쯤이면 당연히 가져야 할 것들을 정해두고 달렸으니, 당연히 내 머리속에선 35살에 10평짜리 오피스텔에서 혼자 2023년을 맞이할 것이라곤 상상하기도 싫은 영역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다시 뜨거워 질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어제 나온 기사에서는 한고은은 40이 넘은 나이에 만난 남자랑 101일만에 결혼을 했다고 하는데,
과연 나도 나이와는 상관 없이 다시 누군가와 뜨거워질 수 있을까. 이미 너무 많은 상처가 누적되어 마음이 제 기능을 상실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파혼을 한지 채 한달이 되지 않은 지금에도, 지난 사람에 대한 정리가 완전히 되지가 않았음에도 결혼이라는 것에 목메고 있는 내가 너무 싫다. 누군가와 만나서 다시 사랑하고, 그 사람이 결혼생각이 없으면 빨리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라며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하는 내가 많이 안타까우면서, 이 폭주기관차를 과연 내 스스로 멈추게 할 방법이 있을까 생각한다.
과연 혼자서는 행복해질수 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