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결핍의 시작
불 꺼진 방 안, 아이는 옆에서 고르게 잠들어 있었다.
작은 숨소리가 리듬처럼 들리는 그 밤,
나는 소파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아무 일도 없던 하루였다.
웃고, 먹고, 안아주고, 등을 두드리며 “잘 자”를 말했다.
그런데 마음 한가운데가 자꾸 쓸쓸했다.
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엄마는 아침마다 내 도시락을 두 개 싸주셨다.
2교시가 끝나고 하나, 4교시가 끝나고 하나.
배고플까 봐, 지칠까 봐.
말보단 손으로 사랑을 보여주시던 분이다.
아빠는 생리통으로 쓰러진 날,
학교로 달려와 나를 업고 집까지 데려오셨다.
그 등에 기대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따뜻하다.
그렇게 나는 사랑 안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 허전했다.
왜 이렇게 사랑을 확인받고 싶을까.
왜 스스로를 의심할까.
그 밤, 아이의 손을 바라보다가
마음속 아주 오래된 결핍들을 알아챘다.
사랑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방식과는 달랐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랑을 확신하지 못했고,
마음은 늘 확인을 원했다.
이 조용한 결핍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내 안에서 천천히 자라난 작은 공백이었다.
나는 이제 그 결핍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그날 밤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랑을 해석하고, 기억을 꺼내며
나를 이해하려는 여정을 시작했다.
이 글은
그 조용한 결핍에서 비롯된
아주 작은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