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무것도 아닌 게 무서웠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누군가 내 직업도, 성과도, 이름도 모른다면
나는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나,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나.
그저 존재만으로 남겨졌을 때,
나는 너무 쉽게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낀다.
그러니까
내가 정말 두려웠던 건
”아무것도 아닌 나“였다.
그래서 늘 애썼다.
조금 더 잘하려고,
조금 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나는
공부 열심히 하는 둘째 딸이었고,
사고 안 치는 둘째 딸이었고,
엄마 아빠의 자랑이 되는 둘째 딸이었다.
잘하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있어도 되는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지금도 그렇다.
내가 승무원이 아니면
존재가 흐릿해지는 기분.
어딘가에 속하지 않으면
나는 자꾸
내가 아무 의미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려 한다.
‘나 괜찮지?’
‘나 의미 있는 사람이 맞지?’
속으로 묻고, 또 묻는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이 브런치에 남기는 기록들조차
내가 나를 증명하기 위한
하나의 증거품일 뿐일지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나 이렇게 살아냈어.’
애써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이 문장들 사이에
조용히 스며 있는 걸 나도 안다.
그리고 아직,
그냥 있는 나를
그대로 믿어주는 일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존재를
마주 보며 견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