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내 기준
“승무원이 되려면 외국어 잘해야 하나요?”
“항공과를 나와야 하나요?”
“키는 커야 하나요?”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익숙하지만, 늘 낯설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승무원’은
조금 다르기 때문일 거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몸이 버텨주는 사람,
마음이 단단한 사람.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그게 내가 14년 차 이 일을 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나만의 기준이다.
1.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가끔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손님도 있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동료도 있다.
예상 못 한 상황 앞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예고 없이 날아든다.
화내고, 짜증 내고, 때로는 욕설까지.
그럴수록 사람들에게서 멀어진다.
내 마음도 닫힌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
인류애가 넘쳐서 조금 흘러도 괜찮은 사람.
그런 사람이 이 일을 해주면 좋겠다.
2.
몸이 버텨주는 사람.
낮과 밤이 뒤섞이고,
온도가 바뀌고,
시차가 매번 흔들린다.
그럴 땐 몸이 먼저 삐걱댄다.
건조한 기내, 좁은 공간, 빠듯한 일정.
이건 정말 체력전이다.
그래서 나는,
잘 자고, 잘 먹고,
스스로를 챙길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승무원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오래 웃을 수 있으니까.
3.
마음이 단단한 사람.
예상 밖의 일은 늘 생긴다.
놀라고, 흔들리고,
때로는 억울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할 때도 있다.
속으로는 울면서도
겉으로는 담담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자주 끙끙대고, 많이 울고, 쉽게 화가 난다.
그래서 더 알게 되었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든 상처를 이겨내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품은 채로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 자리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예쁘고, 키 크고, 친절하고, 외국어 잘하는 사람.
물론 좋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자기 몸을 아끼고,
흔들리는 마음을 조용히 붙잡는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 사람이 될 거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유니폼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