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린 머리와 올림 머리

여성리더들의 역량과 외모의 비례관계

by easy young


진정한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행동한 국민들의 위대한 움직임으로 명을 다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린 지난 정권은 시작부터 귀추가 주목되는 바가 많았다. 국가 수립 이후 최초의 여성 국가 수장을 맞으며 우리는 새로운 설렘과 함께 익숙하지 않은 불안함도 함께 느꼈다.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의 결들이 하나씩 벗겨 지면서 우리는 핵심인물들의 성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가 국민을 기만하였다. 세금으로 팽팽해진 그녀들의 얼굴들이 구속 후 급격히 탄력을 잃는 모습을 보며 대부분 깊은 분노를 느꼈고 피고인들의 프라다 운동화와 올림머리가 뉴스 헤드라인에 올랐다.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기억될 2017년 3월 10일, 쫄깃한 판결문 낭독으로 국민 밀당녀의 반열에 오르신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님의 헤어롤과 피고인의 올림머리는 판결 이후로도 화제였다. 낡아보이는 헤어롤은 국가적 거사를 앞두고 몇달을 달려오신 이정미 재판관님의 노고와 긴장감을 보여주었다. 반면 국가적 위기 앞에서조차 미용사를 불러 손질했던 피고인의 올림머리는 유신시대의 상징이자 피고인의 혈세낭비의 심볼이 되었고, 고가의 피부과 시술들과 함께 연결되어 국정대신 본인의 여성적 아름다움을 더욱 돌본 피고인의 무능함은 심볼이 되었다.


개인적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어렸을 때 부터 '이쁘다'라는 소리에 우리는 민감하다. 대답을 뻔히 알면서도 "나 살쪘지?"라고 남자친구를 괴롭히고 어느 순간 부터 동안에 집착하게 된다. 여성 리더들도 리더인 동시에 여성이기에 그녀들에 대한 평가 속에 외모도 포함되어 있다. 오랜 기간의 연구와 실험을 통해 세워진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성별의 차이를 두지 않았기에 남성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남성적’강점을 가진 여성 리더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다. 반면 남성리더들에 대한 외모적 평가는 비교적 부드럽다. 지금 비슷한 처지로 수감되어 있는 전 대통령의 피부는 과학적 시술없이 불가능하다. 그의 최애템이 샤넬 복숭아 메베였다는 사실도 크게 비난거리가 되지 않는다. 왜 우리는 여성리더들의 외모에 더욱 더 집중하는가.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는 높아지는 실업률과 경제위기 속에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민여론을 포클랜드 전쟁 승리 한방으로 다시 영국의 연인이 되었다. 흔히 여성들이 중시한다는 과정과 공감대신 돌파를 통해 그녀의 추진력 있는 리더십은 추앙되었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가발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결같이 붕 띄운 단발머리였다. 2012년 마가렛대처의 일대를 담은 영화 [철의 여인]의 필리다 로이드 감독이 밝힌대로 대처의 헤어스타일은 마치 엘리자베스 여왕의 블라우스 깃처럼 권력과 지위를 상징한다. 실제로 본인 외모에 상당히 많은 금액(세금)과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녀는 여성적인 아름다움보다 힘의 상징으로 머리를 붕붕 띄웠던 것이다. 본격적인 정치 입문을 앞두고 그녀의 여성적인 모자와 목소리를 벗겨내려고 하는 주변인물들은 여성리더의 여성성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지금은 난민의 엄마라는 타이틀로 아슬아슬하게 정권을 이끌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 또한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강단 있는 행보로 독일과본인을 진정한 EU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10년이상의 장기집권의 역사속에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정권 초기 그녀의 촌스러운 패션과 눌린 머리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무심한 듯한 그녀의 패션과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눌려있는 그녀의 머리는 그녀를 국정밖에 모르는 소박하고 충실한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고, 정치적 견해와는 무관하게 그녀에 대한 호감도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됬다. 축구광팬이고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그녀의 중성적 매력도 한목했다고 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리를 검색하면 그녀에 대한 업적보다 그녀의 버킨백들과 샤넬 수트들에 대한 정보들이 압도적이다. 그녀의 경력과 역량도 부럽긴 하지만 그녀의 에르메스 스카프들이 당장은 더 가지고 싶기도 하다. 정계에 발을 들이기 전 로펌에서의 경력이나 G8국가 중 최초의 여성 재무부 장관, 국제경제 위기 속에서 IMF를 이끌고 있는 그녀의 경력들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 그녀가 능력이 부족하였거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녀의 보석쇼핑은 자극적으로 지탄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정권 초기 우리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형형색색 의상들을 두고 많은 언론들이 뛰어난 패션외교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화려한 암탉이 울면 나라가 흥한다"라는 거지같은 기사를 쓴 사람도 있다. 촛불혁명의 불씨를 당긴 뉴스 보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장소는 의상실이었다. 국가 수장의 국정논란이 여성의 허영심으로 포장되는 순간 안타깝지만 더욱 더 자극적이 된다. 아이러니하게 대통령이 수만번 관리를 받았던 병원은 국정농단 보도 이후 안티에이징 프로그램 예약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확실한 비포&애프터를 전 국민에게 보여준 탓일까.


여성 리더들이 남긴 업적들 때문에 그녀들이 존경받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비도덕적 행위나 무능함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는 은연 중에 여성리더들의 남성적인 강점을 강조하고 여성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들에 집중한다. 한번 발을 헛디디면 바로 그녀의 하이힐을 문제의 온상으로 몰아간다. 성별과 무관하게 훌륭한 리더로서의 자질은 냉정하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 처럼 외모에 대한 평가도 조금 더 중성적이면 어떨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자의 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