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 파블로 피카소
많은 천재 예술가들은 사후의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따라서 정작 작품활동을 한 예술가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기 어려웠고 그의 후손들이 어마어마한 부를 누리는, 재주는 할아버지가 넘고 손주가 어마 무시한 재력을 보유하게 되는 케이스들은 찾아보기 쉽다.
그럼에도 꽤 젊은 나이의 실력을 인정받아 오랜 기간 부와 명예를 누린 천재 화가들이 있었으니.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파블로 피카소와 마르크 샤갈이다.
그들의 천재적인 화풍이나 작품들만큼 주목을 끄는 것은 그들의 여자들과 사랑이다.
공통점과 차이점은 있지만 실력, 돈, 명예, 여자, 사랑까지 모두 가졌던 그들이
만일 생애 인정받지 못한 가난한 예술가였다면 어떻게 됬을까?
이미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천재 예술가가 내 눈을 바라보며 저런 말을 하면 나도 일단은 흔들리긴 할 것 같다. 하지만 저 작업에 넘어간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에 대못을 수도없이 박아버린 피카소는 그녀들을 완벽하게 사로잡았고 장수했으며, 그녀들은 시름시름 앓다가 요절하거나 자살하기도 했다. 단순히 나쁜 남자라고 하기에도 못난 놈인 피카소의 매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세상이 피카소를 알아보기 전 만난 첫사랑 페르낭드 올리비에와의 사랑은 꽤 긴 시간인 8년동안 지속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카소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둘 사이는 끝으로 향했다. 유일하게 피카소가 차기 전에 죽어버린 두번째 애인 에바 구엘은 청순가련형 무용수였다. 4년간 만나다 결핵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멀쩡히 살아있었으면 피카소가 언제 떠났을 지는 모르겠다. 결핵에 옮을까 혼자 이사를 간 이 못난 놈은 그 와중에 옆 동네 애인이 있었다고 하니.
이 애인과 상관없이 에바가 죽기 직전, 피카소의 첫 아내가 등장하신다. 발레리나였던 올가 코글로바는 첫 아들도 낳고 꽤 오래 살 것 같았으나 올가의 사치로 이혼한다. 돈만 밝히는 올가가 너무 꼴보기 싫어서 재산분할 문제로 이혼도 안해 준다. 그렇다고는 하는데 피카소가 아내와 아들한테만 충실했을 지는 모르겠다. 그 다음 타자는 드디어 십대 금발소녀 마리 테레즈다. 아직 혈기왕성한 40대의 성공한 화가가 순진한 소녀를 감언이설로 꼬시고 영감도 얻고 딸도 얻고 온갖 젊은 피는 다 수혈받은 후 또 차버린다. 정말 영혼까지 탈탈 탈린 불쌍한 마리는 정신병으로 투병하는데 와중에 또 새 여친 도라 마르 등장. 두 여자는 개저씨 유부남 피카소를 가운데 두고 엄청난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마리는 자살하고 도라는 정신병을 얻는다. 피카소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공식적인 열애는 잠시 쉰다.
피카소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줬다고 알려진 마리테레즈를 모델로 하는 유명한 작품 "꿈'
원래 전쟁 중에 싹트는 운명은 거부할 수 없듯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나는데 피카소를 유일하게 먼저 차버린 여자로 유명한 프랑스와즈 질로가 피카소의 인생에 등장한다. 이 언니 보통 아니다. 동네방네 여지를 남겨놓는 바람둥이에게 도라를 정리하게 한 후 동거를 시작한다. 물론 피카소의 마법에 넘어간 것은 맞지만 기존 여친들과는 다르게 정신줄을 다 놓진 않았다. 아들 딸 하나씩 낳고 살다가 피카소의 바람끼가 또 발동되자 그녀는 가차없이 떠난다. 처음으로 차여보는 피카소가 당황하며 자살하겠다고 비겁한 협박을 해봤는데그녀는 “난 사랑의 노예일지는 몰라도 당신의 노예는 아니다”라는 걸크러쉬의 정석을 보이며 떠난다. 현명한 그녀는 피카소 사후에 소송을 통해 두 자녀를 피카소의 자식으로 입적시켜 많은 유산을 물려받게 한다. 세월이 흐른 후 정말 객관적이고 냉정한 말투로 쓴 회고록에서 피카소의 인격이나 여자관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피카소가 매력은 있는데 좀 모잘라서 자기조절을 못한 놈으로 만들어 버린다. 끝까지 우아하게 나는 그래도 피카소를 사랑하긴 했다라고 하며.
피카소도 노년에 뭔가 깨달음이 있었을까. 어쨌던 공식적으로는 좀 쉬다가 정말 손녀뻘 자크린느 로크와 노년을 노닥거린다. 사랑에 빠진 이 안타까운 언니도 피카소가 사망한 후 자살한다.
피카소는 물론 뛰어난 천재 예술가이고, 운 좋게도 짧은 시간에 인정받아 오랜 기간 명예와 부를 누렸다. 그의 예술만큼 인격이 성숙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까. 그의 뮤즈들은 그의 열정이 불타는 시간 속에서 도구로 사용이 되었고 더 이상 빛나지 않으면 가차없이 버려졌다. 누구보다 여성을 사랑했고 열정적이었던 피카소에게 사랑이란 소유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피카소는 그녀들을 사랑했다기 보다는 본인의 권력과 명예, 돈으로 살 수 있었던 것 들중 하나가 여자 아니었을까.
피카소의 여인들은 질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난한 예술가나 모델 들이었다. 1차대전, 2차대전 전후로 사는것 조차 어려웠던 그 시절에 예술활동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유명한 아저씨가 짜잔 나타나서 내 눈을 보고 말한다. "나랑 일해볼래?" 이 아저씨 실력도 있고 돈도 있다. 유명하고 또 나를 예뻐해준다. 나이 차이가 과연 생각이 날까. 이 아저씨 우리 아빠 뻘이긴 하지만 열정적이고 사랑과 예술 앞에서는 사춘기 소년보다 더 날뛰는 호르몬을 가진것 같으니 연애도 즐겁기도 하고.
피카소가 어울리는 친구들 조차 가난한 무명의 예술가가 쉽게 어울릴 수 없는 당대 최고의 유명인들이었고 그 속에서 나는 피카소의 여자라는 타이틀이 사실 중독적이었을것이다. 마음이 많이 변덕스러워서 그렇지 다친 영혼들에게 물질적으로도 많은 보상들을 해주기도 했다. 그녀들에게도 무엇인가 특별한 의미와 가치들을 주었기 때문에 피카소에게 집착하고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
만약 피카소가 사후에 인정받았다면, 저렇게 많은 여자들이 피카소 때문에 서럽게 울었을까.
다음편에서 우리의 사랑꾼 샤갈 이야기로 좀더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