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下

일편단심. 마르크 샤갈

by easy young
평생 그녀는 나의 그림이었다
마르크 샤갈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시절에 한눈에 반한 첫사랑과 여생을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든 얘기다. 이 비현실적인 인연속에서 부와 명예까지 함께 누려버린 아름다운 사랑꾼들이 있었으니.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천재화가의 몽환적이고 특별한 작품들 만큼 유명하다.


20세기가 인류에게 선물한 독보적인 화가 마르크 샤갈과 그의 영원한 뮤즈 벨라 로젠펠트의 사랑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버린, 이제는 가물가물한 우리들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가난한 가정 출신 샤갈은 비극적인 실연이야기의 단골 상대인 이쁘고 돈많고 공부도 잘하는 엄친딸을 친구집에서 만난다. 그리고 속물적인 사회적 기준으로 넘보기 힘든 그녀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연애 초기, 샤갈은 그녀를 고향에 내버려 둔 채 겁없이 본인의 작품활동을 위해 먼길을 떠난다. 한창 꽃이 핀 그녀를 경쟁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애태우게 한 후 4년간의 롱디 끝에 다시 고향에 돌아와 부자 부모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금지옥엽 벨라와 결혼한다.


1944년 벨라가 사망하기 까지 약 30여년의 결혼 생활 중 샤갈의 작품의 다수를 차지하는 테마는 역시 벨라와의 사랑이었다. 샤갈의 그림속에서 연인들은 끊임없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꽃에 둘러쌓여 있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모습들로 그려진다. 조금이라도 빛나지 않으면 가차없이 버려졌던 수많은 피카소의 여자들과는 달리 벨라는 몇십년을, 심지어 사후에도 샤갈의 보석이었다.


그런데 만약,

샤갈이 첫눈에 반한 십대소녀 벨라를 떠나지 않고 고향에 머물렀다면 어떻게 됬을까.

둘다 호르몬 왕성한 시기에 첫눈에 반했다는 이 둘은 어찌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따로 보낼 수 있었던걸까.

하루종일 손잡고 동네방네 쏘다닌 후에도 서로 집으로 보내기 싫어 가로등불 아래서 보냈던 30분도 3초처럼 느껴졌던 첫사랑과의 시간들을 마르크와 벨라는 어떻게 보냈을까.


마르크는 벨라를 본 순간 사랑에 빠졌고 1초도 그녀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가 샤갈은 본인의 재능을 인지하고 있었고 러시아는 그를 품기에는 너무 좁았다.

1910년은 그녀를 운명적으로 만난 해인 동시에 첫번째 전시를 시작으로 그의 재능을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는 해였다. 막스 비나베르라는 유태인 변호사의 재정적 후원을 받아 모딜리아니나 수틴과 같은 당대 예술가들의 보금자리였던 파리에서 초석을 다지기 시작했다. 1914년 베를린에서 열린 첫 대형 개인전의 성공은 샤갈의 국제적 명성의 초석이 되었다. 금의환향한 마르크는 잠시 머물다가 다시 성공의 도시 파리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제 1차세계대전 발발로 못돌아 가게 되고 러시아에 머물며 벨라와 결혼하게 된다.

만약 샤갈이 고향 비테브스크에서 그런 저런 화가였다면 금은방 주인 벨라 부모님이 가짜 신분증으로 유럽 도시들을 넘나드는 가난뱅이 화가놈에게 딸을 순순히 허락했을까. 샤갈은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열정은 순간 뜨겁지만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성공의 향기가 관계의 모든 조건이 될 수는 없겠지만 본인이 스스로 자랑스럽지 않으면 사랑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진정한 고수다. 그녀의 본인에 대한 사랑의 확신도 알고 있었겠지만, 더 큰 미래를 위하여 함께 하고 싶은 동물적 본능을 누를 수 있었기에 첫사랑과의 영원함을 쟁취한 것이다.


[Pair or Lovers] 샤갈과의 첫만남을 표현한 작품. 책에는 수록 되지 않았다.


그녀도 샤갈만큼 아름다운 방법으로 그녀의 감정과 사랑을 표현했다. 벨라 로젠펠트는 특별하게 똑똑한 여자다. 단순히 샤갈의 뮤즈로 소갈되는 것을 택하지 않고 자서전을 통해 샤갈의 작품세계를 이성적으로 뒷받침 하는 회고록을 써낸 마케팅의 귀재이다. 생전 저술한 책 두권 중 하나인 첫번째 만남 [First Encounter]에 그녀는 샤갈과의 첫만남과 첫사랑에 대해 소개한다.


[ The Bridge] 벨라의 두번째 책 First Encounter에 수록된 삽화


아몬드 모양에 눈을 가진 입도 잘 못다무는 가난한 화가에게 끌린 이유를 그녀는 어설프게 포장하지 않는다. 그녀가 외로울 때마다 찾았던 비테프스크의 다리를 "누군가 나를 따라온다고 느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모자 하나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라고 쉬크하게 묘사했다. 모자는 주위에 누구의 목소리도 마주침도 없었던 그녀의 외로움의 중심을 잡아 준 마르크의 묵직한 존재감이자 사랑이다.

사랑의 마법에 빠지게 한 후 한창 이쁠 때 자기 옆을 지키지 않고 꿈을 이룬다고 떠나버린 남자가 마냥 이뻐보이는 여자가 있을까. 그럼에도 이 기다림의 시간이 아름답게 그려진 이유는그의 사랑 뿐만 아니라 예술적 재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벨라 역시 비범한 고수이기 때문에 샤갈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고 마르크에 대한 운명적인 끌림과 영원함을 조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신의 과거의 첫사랑이란 무엇인가.

첫사랑은 왜라는 단어와 안 어울리는 경험이다. 첫사랑은 뜨거운 마음과 알 수 없는 끌림이 이성적이지 않은 시기에 가장 순수하게 표현되는 소중한 경험이다. 첫사랑은 다 갖추고 있지 않기에 더욱 갸냘프고 섬세하다.

안타깝지만 첫사랑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우리 대부분은 첫사랑을 운명이라 믿고 뛰어들고 감성은 최고치에 다다르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은 충분한 준비와 믿음이 있지 않는 한 식어버리기 마련이다. 그 감성은 너무나도 솔직하지만 인생의 미숙함과 부족함의 벽을 넘기 힘들다. 준비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필요한 것이다.


[Pair of Lovers with Cork] 1951


샤갈은 사별 후에도 벨라와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화폭에 담았다. 변하지 않는 뽀글머리와 젊은 아름다움이 피어났다. 그들이 함께했던 30년간의 작품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그들의 사랑을 표현했다면, 사별 후에는 좀더 순수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그렸다.


당신의 현재의 첫사랑이란 무엇인가.

그냥 내 몸이 기억하고 마음이 가는것이 첫사랑이다. 누구에게는 큰 아픔이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다른 사랑을 만나면 감정적으로 옅어진다. 여전히 잊을 수는 없다. 더 강렬하거나 깊은 사랑은 경험할 수 있지만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감정과 관계는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첫사랑을 미워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사실 왜 헤어졌는지 기억 못할 수도 있다. 첫사랑이 착하고 순수했던 만큼 그 당시 우리도 아름다웠다. 첫사랑을 떠올렸을때 다시 상상의 사랑에 빠지는 듯한 따가운 감정은 그 사람 보다 그때 내 모습이 보고 싶은 것이다. 첫사랑과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역시 천생연분이라고 잠시 다시 사랑에 빠질 수는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때 내 모습이지 지금 네 모습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지키지는 못했지만 인생 내내 당신의 마음에 따뜻한 노래를 불러 줄 첫사랑.

마르크와 벨라처럼 현명한 고수들이 아니라면 서랍 속 아름다운 보물로 남겨 두길.

당신의 감정을 평생 자극하고 안아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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