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입하의 식탁 ; 보리

양반가의 여름밥상 '팔도의 보리밥'

by 낭만차장모모



입맛은 뚝 떨어지고, 속은 더부룩해지고,

괜히 피곤한데 잠은 달아나죠.

아직 여름이 오지 않았는데, 몸은 먼저 계절을 지나가고 있는 걸까요?


이럴 때 필요한 건 무언가를 더 얹는 밥상이 아니라,

몸속에 남은 묵은 기운을 살살 걷어내는 식사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식탁에 올릴 한 가지, 바로 "보리"입니다.



‘보리’는 덜어내는 곡물 중 하나죠


보리는

청열 : 몸의 열을 다스리고,

이수소종 : 부기를 빼며,

보중익기 : 기운을 보태 주는 곡물로 알려져 있어요.

약선에서 보리는 여름철 대표 식재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죠.



특히 봄과 여름 사이, 입하에는

찬 기운은 내려놓고, 올라오는 열은 다독여야 하니까요.

보리는 그 중간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묵묵한 곡물이에요.





쉽게 만들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익숙한 보리 음식.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보리밥’이 아닐까요?



기차(氣茶)에 오르신 우리 승객님들께서는

어떤 보리밥을 좋아하세요?


보리밥은 밥그릇보다 그 위에 올라가는 이야기들이 더 맛있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재료, 다른 국물, 다른 말투로 말이죠.

간단하게 여러 지역에서의 보리밥을 한 번 이야기해볼게요.


전주는 역시 비빔. 열무김치, 상추, 고추장을 휘휘 비벼 한 숟갈.
보리밥도 전주 손맛을 만나면 푸짐해집니다.

경주는 따뜻한 청국장 한 그릇과 함께.
맑고 담백한 고장답게, 밥상도 조용히 깊습니다.

제주는 바다를 품었죠.
톳, 오분자기, 해초들이 얹히면 바다 내음이 퍼집니다.

정선은 산나물 보물창고.
취나물, 곰취, 더덕… 자연이 올려준 밥상이에요.

안동은 된장국과 간장양념, 그리고 정갈한 나물.
『음식디미방』에 남겨진 양반가의 여름 밥상 그대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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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 즈음엔 보리, 매실, 오이, 연근처럼
열을 식히고 기운을 정리해주는 재료를 고르고,
보리밥에 초고추장과 맑은 오이냉국, 된장국을 곁들였죠.


몸을 시원하게, 마음을 차분하게.
그게 바로 우리 선조들의 여름 한 상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보리밥을 지을 때 더 맛있게 짓는 방법을 조금 덧붙이자면

보리는 멥쌀보다 물의 양이 조금 더 많이 잡아주세요.

보리 100%보다 쌀을 약간 섞으면 찰기와 식감의 조화가 좋습니다.

또, 쌀보다 보리는 불리는 시간이 필요하니 미리 살짝 불려두면 훨씬 부드럽고 소화도 편하답니다.



보리밥에 곁들이면 좋은 오늘의 반찬은요,

하나. 오이냉국 : 시원한 국 하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반찬.

두울. 들깨버섯무침 : 고소함과 향긋함의 부드러운 조화,

세엣. 얼갈이된장국 : 너무 짜지 않게, 속을 받쳐주는 한 국자 어떨까요?





보리밥은 입 안에서 걷는 계절입니다

계절은 항상 마음보다 먼저 입으로 들어옵니다.

그 계절이 더워지기 전에,
한 숟갈로 몸을 조율하고, 한 그릇으로 기운을 정리해보세요.


고슬고슬한 보리밥 한 숟갈엔
입하의 공기, 팔도의 맛, 그리고 조용한 여름이 담겨 있어요.



《기차(氣茶), Dynamic Tea》
낭만차장 모모였습니다.





※ 이 글은 《계절을 마시다 : 초여름편》 매거진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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