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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H Jun 11. 2019

아침에는 '빵이랑'!

NO.1 - 애정하는 나의 빠삐용 in '나폴레옹'

에디터 - 리미

포토그래퍼 - 융두


요즘 삶의 낙이 뭐예요?

 

취뽀를 한지 얼마 안 되었던 나에게 인생 첫 사수가 했던 질문이다. 당시 나는 내 손으로 돈을 벌고, 더 이상 쭈구리로 집에 누워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해야 하는 시기였는데 답을 못했다. [자기소개-5000자 이내] 같은 터무니없는 항목을 본 때처럼 말문이 막혔다.

어이가 없었다. 대학 졸업장을 받고 사원증도 받았고 심지어 그때는 남자 친구도 있었는데 인생의 낙이 무언지는 모르다니. 여느 사람들처럼 높은 수능 성적, 상위권 대학에 입학, 좋은 회사에 취직 따위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이제껏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대학만 가면 살이 쪽쪽 빠져 예뻐지고 취직하고 돈 벌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이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인생의 낙을 찾으러 다녔다. 원데이 클래스에 네트워킹 모임에, 매주 주말을 배움과 만남의 기회로 꽉꽉 채웠다. 즐거움이 넘쳤다. 뻥 조금 보태 한 두 달 동안은? 자칭 프로 집순이인 나는 매주 토, 일요일을 모두 외출한다는 것이 너무 버거웠다. 이내 낙이고 뭐고 “집에 누워있는 것이 최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버터 듬뿍 들어간 빵과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고, 드디어 깨달음을 얻었다. 간단하지만 확실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근처 카페로 달려가 한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키는 것이라는 ! 햇살이 반짝반짝한 토요일 오전에(너무 이른 아침 사절! 일요일도 사절!) 카페에 느긋하게 앉아 커피 한잔과   조각을  나를 상상만 해도 기분이 나아진다.

 

이 글을 열었던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답했을지 궁금하다. 누군가는 단번에 답이 떠올랐을 수도, 또 누군가는 나처럼 머뭇거렸을지도 모르겠다. 말문이 턱 막혔을 이들에게 소소한 나의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마음을 비울수록 편안해지고, 빵은 많을수록 좋다는데 같이 빵 먹으러 가지 않겠는가?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나의 빵은 '나폴레옹'의 '빠삐용'이다. 서울의 3대 빵집이라고 알려진 '나폴레옹'에는 시그니처 빵으로 잘 알려진 사라다빵이나 단팥빵, 크림빵, 엘리게이터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을 포함해 서울 곳곳에 10여 개의 지점이 있고 매장마다 빵이 나오는 시간과 라인업이 다르다. 때문에 “나폴레옹”이 처음이라면 본점이 있는 성북동에 먼저 들려보는 것도 좋다.

“빠삐용”을 판매하는 지점 중 하나는 “나폴레옹 키오스크(광화문점)”이다. 소형매장을 뜻하는 키오스크인 만큼 골목에 작게 위치해 있고 빵 종류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샐러드를 비롯한 브런치 메뉴, 디저트류의 케이크 쿠키, 테이크 아웃 가능한 커피 메뉴 등 있을 건 다 있다. 광화문이나 시청을 지나는 길이었다면 조선일보 뒤편 골목에 있는 키오스크 지점도 한 번쯤 방문해보길 권한다.



그중에서도 이 '빠삐용'으로 말할 것 같으면, 눈을 번쩍 뜨이게 해주는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왠지 모를 서러움과 억울함으로 매일 한 번씩 울컥하던 신입 때, 달콤하고 바삭한 이 빵이 눈물을 쏙 들어가게 해줬다.

광화문 지점에서는 빵이 11시쯤 나온다. 업무를 중단하고 몰래 달려 나가서 빵을 사 오면 탕비실에서 동료들과 각자 좋아하는 빵을 나눠먹었었는데 회사 욕을 하면서 먹어 그랬나, 더 꿀맛이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나폴레옹'의 '빠삐용'은 눈길이 절로 가는 풍성한 나비 혹은 리본 모양 페이스트리에, 아이싱이 잔뜩 되어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제과점이나 명성 있는 빵집들에서도 나비파이, 부채파이, 나비빵 등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파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순정 페스트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달고 맛있기 때문에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피해야 한다. 순식간에 하나를 끝내고 더 먹어버릴 수도 있다.


 

빵 한입에 커피 한 모금이 당장 눈 앞에 있는 걱정거리를 해소시켜주지는 못한다. 나도 쌓아둔 마음의 짐이 한가득이다. 그래도 위태로운 마음에 잠깐의 평정을 되찾아줄 자신만의 낙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소소하고 진부해도 괜찮다. 그렇게 조금 내려놓고 조금 더 웃었으면 그걸로 됐다.

 

 

 

나폴레옹 키오스크

서울 중구 세종대로 21길 52

 

나폴레옹 과자점 본점

서울 성북구 성북로 7



※ 위의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매거진 랑', 그리고 산하 에디터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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