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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H Jun 13. 2019

하루의 시작과 끝은, '하루랑'

NO.1 - 나만의 쉼터, 520#CAFE

에디터 & 포토그래퍼 - 최수훈



일상으로서의 카페

 

참으로 힘든 하루였다. 힘든 어제였고, 힘든 오늘이었다. 분명 쉽지 않은 내일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 치열하게 또는 뜨겁고 냉철하게 하루를 지나왔다. 그리고 또다시 돌아올 각자의 삶을 위해서 ‘하루’를 정리하고 재정비할 시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보낸다. 누군가는 독서로 또 누군가는 음악으로, 술로, 자신만의 공간에서 하는 침잠으로. 나에게는 이런 요소들을 가성비 좋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카페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깔끔 담백하게 채워주는 카페를 소개한다.



-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520#CAFE입니다.


Q. 지리적으로 외부인이나 학생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 곳에 위치한 것 같은데,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공원에 놀러 왔다가 비어있는 새 건물들을 보고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요. 또 내가 커피를 시작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결국 직감이 맞았던 것 같지만.(웃음)


Q. 커피를 이전까지 해본 적이 없었는데, 커피를 시작한 이유는?


-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내가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요즘 커피와 카페는 우리나라 외식문화의 한 부분 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게 돼요. 밥 더하기 커피가 일상생활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요리 중 하나처럼 스스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나이 들기 전에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커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나요?


- 평소에 카페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한 전원 주택가에서 1층을 카페로 만들어 두셨던 할머니가 계셨는데, 새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파시는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나도 나이 들어서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겠지만 (웃음). 돈을 떠나서 취미로 커피를 만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던 것 같아요.


Q. 그 잔상이 정말 인상 깊었을 것 같아요.


- 네. 꼭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분 같았어요. 항상 생각이 나요.


Q. 커피를 배우신지는 얼마나 되셨죠?

 - 2년이요. 카페를 시작한 지도 2년. 첫 카페예요.


Q. 인테리어가 너무 제 스타일이에요. 따뜻하고, 푸근하고.

    처음부터 생각하신 방향성이나 분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 따뜻한 분위기요. 그래서 가능한 전부 원목으로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스타벅스의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우리 카페의 화벽이나 흰색 커튼 같은 경우는 스타벅스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또 깔끔한 느낌이 좋아서 따라 했는데 좋아들 하시더라고요 하하.


Q. 테이블마다 있는 꽃도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 꽃은 우연하게 지인이 꽃집을 하다 보니, 매일, 매 계절마다 가져다 두게 됐어요. 우연한 것 치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처음 생각보다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계속해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예상보다 인테리어 기간도 훨씬 길어졌어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할 정도였어요.


Q. 정리하자면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 너무 밝지 않은 조명, 너무 크지 않은 공간. 이렇게 세 가지네요.


 - 맞았어요.


Q. 사장님이 생각하는 카페란?


 - 카페를 하기 전에도 항상 쉬러 갔었어요. 커피 한잔 마시고 아 좋다! 하면서 쉴 수 있는 곳. 혼자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어수선한 생각과 세상이 가라앉고 스스로의 주변이 조용해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Q. 카페란 네모다!


  - 카페란 쉼터다!


Q. 사장님에게 520#CAFE는 어떤 의미인가요?

  - 카페는 인테리어나 커피뿐만 아니라, 사람이 좋아서 오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나라는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서 손님들이 찾아와 주고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을 알게 되는 것도 너무 즐거운 일 같아요. 이렇게 같이 마주 앉아서 카페를 매개로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한 일이죠.

저에게 있어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카페는 두 아이의 엄마에서 전문가로 발전해 나가고 스스로의 이름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행운이죠.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카페에서 스스로를 찾고 쉬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네 감사합니다.



뜬금없이 520#CAFE

 

도심의 평범한 상가건물에 위치한 이 카페의 이름은 ‘520#CAFE’. 주위가 오피스텔이나 대형 상가로 이루어져서 인지 ‘520#CAFE’의 존재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비슷하다. 이름도 뜬금없다. 예상치 못한 문자들의 조합이다. 숫자와 특수문자와 영어라니. 카페의 내부와 커피는 어떤 온도와 어떤 향으로 나를 반겨줄지 궁금해졌다.


520#CAFE의 외부 전경


언뜻 보기에도 자그마한 가게의 입구는 통유리로, 입구에 위치한 바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특히 여름과 겨울에 아름다운 거리의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대낮에는 통유리로 비교적 밋밋한 느낌을 주지만 저녁이 되면 창가의 조명과 어릴 적 한 번쯤은 꿈꿔봤을 법한 침대를 휘감은 듯 한 커튼이 제 빛을 발한다. 마치 우거진 빌딩 숲 속에서 오두막을 발견한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간판과 로고는 요란하지 않아서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을 찾는 사람들을 카페 외부에서부터 매료시킨다. 블랙 엔 화이트로 심플함을 추구한 첫인상은 일상에 지친 카페 애호가들로부터 내부를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카페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삶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아늑한 공간’이라는 단어가 커피콩처럼 은은하게 퍼져온다. 이제 내부로 들어가 보자.



원목가구와 화벽의 조화


마샬 스피커에서는 허성의 'To be sung'이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520#CAFE의 대부분은 원목 가구이다. 원목가구가 가지는 포근함과 부드러운 색감이 이 공간을 덮고 있었다. 작은 공간에는 야무지게도 필요한 것들과 사랑스러운 것들을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파이프 선반과 화벽은 아늑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현실에서 분리돼 나만의 공간에 들어온 듯 한 기분을 뿜어낸다. 바 테이블의 장식을 보면 이 공간이 어째서 특별 한 지 알 수 있다.



요즘 흔히 유행하는 인스타 감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형을 볼 수 있는데, 요란하고 알록달록하진 않지만 오히려 따뜻함과 포근함을 더하는 인테리어 센스를 엿볼 수 있다.



매일 아침 생화로 불어넣는 생기


  520#CAFE만의 포인트가 있다면 그것은 다른 아닌 꽃이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생화를 직접 손질해서 테이블과 카페 곳곳에 꽂아둔다. 커피머신이 있는 바 안쪽의 벽에도 화환이 걸려있다. 정말이지 커피를 기다리는 손님들의 눈, 코, 귀가 심심할 틈 없이, 그러나 요란하지 않게 감각을 충족시킨다. 과하지 않은 터치로 베이스에 꽂힌 생화는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원목가구의 색감을 한 층 더 생기 있게 꾸며준다.


카페의 테이블마다 절제된 생기가 포근함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With 박근호, '비밀편지'


이 카페의 ZONE

 


이 카페의 ZONE은 바로 이 원목벤치이다. 이곳에서는 단체로 이야기꽃을 피울 수도 있고,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스탠드 책상에 팔을 올리고 책을 볼 수도 있다. 물론 Mashall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한 음악 감상은 보너스다. 커피머신과 주방을 바라보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커피를 기다릴 수 있는 이 벤치를 520#CAFE의 ZONE으로 선택한다.


원목 벤치에서 바라본 쿠킹바


사장님의 Pick

 

공간에 집중한다고 해서 카페의 본질인 커피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520#CAFE의 에스프레소는 무려 4가지의 원두를 섞어 사용한다. 과테말라산 원두 2종과 브라질, 멕시코 산의 원두를 각각 25 %, 35%, 15%의 비율로 사용한다. 주된 맛은 Dark Chocolate, nut, wood, Brown Sugar 다. 또, 이곳의 에이드는 모두 수제청으로 제작되는데, 특히 직접 껍질까지 까서 정성스레 제조하는 자몽에이드, 아인슈페너가 바로 사장님의 픽이다.



‘하루랑’ 쉼터에서


책 한 권과 아인슈페너 한 잔이면, 나의 하루는 그 몇 분의 시간으로도 살아갈 가치가 있었다. 내일 이 시간이 오늘을 지나는 힘이 돼 주었다. 과거 일본식 카페의 유행으로 개인 카페와 값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요즈음, 이제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카페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카페와 커피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또 사회는 갈수록 필요한 것들이 넘쳐나서 개인의 세계는 언제나 어수선하고 소란스럽다.

이런 순간들을 사랑하는 사람의 문자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겨 낼 수 있다면, 또 그것이 맛있는 커피와 좋은 음악과 근사한 문장들과 함께라면 하루 중 어떤 시간이라도 – 그것이 하루의 시작이든 마무리든 막간을 이용한 휴식이든 – 충만하게 채워 나갈 수 있다.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 일 년을 잘 살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 하루를 잘 채워 나가는 일은 좋은 쉼터를 찾는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Informarion

 

1인 예상 : 0.5 ~1만 원대

A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3로 11번길 53 리츠 타워

T  050 6743 1198

H  월-금 08:00~18:00 토 08:00~16:00P  주차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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