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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Jul 12. 2024

4. 생각과 거리가 가까울 때 문제가 발생한다

생각과 거리두기

‘생각하는 나’는 착각입니다. 생각은 자동적이죠. 심지어 그러한 생각은 상징적인 효과를 지닙니다. 우리의 괴로움은 주로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나는 왜 모양일까?”, “저 사람은 왜 저런 식으로 말하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남들처럼 행복하지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한 거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우리 마음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우리 모두가 한 번 쯤은 이런 생각 때문에 힘들어하곤 합니다. 그 중 우리를 제법 괴롭게 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자기의심, 불안, 후회, 상황 또는 타인에 대한 분노, 자책. 이런 생각들은 마음속에 떠오르자마자 아주 강력한 레몬처럼 작용합니다. 마치 침샘에서 침이 분비되어 입 안으로 퍼지는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서는 괴로움이 퍼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을 어떻게든 교정하거나 더 좋은 것으로 대체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그 또한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다면 이 글은 이쯤에서 그만 읽고 그 방식을 더 고수해 보아도 좋습니다. “아니야, 더 좋게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해.”, “이게 더 올바른 마인드셋이야.” 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으로는 도저히 마음을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겁니다. 만약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습니다. “이미 일평생 그런 방법은 많이 시도해 보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 방식이 왜 효과적이지 않았는지 설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다 큰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생각과의 관계를 다시 맺을 수 있습니다.


생각과 거리가 가까울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마음속에서 튀어오르는 팝콘을 아주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팝콘은 즉각 레몬처럼 작용하여 우리 마음에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는 우리가 내키는 팝콘을 선택하려고 하고, 또 내키지 않는 팝콘은 어떻게든 치워버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종종 그 일이 뜻대로 되지 않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과정에 더 괴로운 순간들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고, 그저 팝콘과의 거리를 더 멀리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팝콘과 나 사이에 제법 거리감이 있다면 어떨까요? 어떤 팝콘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팝콘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즉, 생각을 거리두고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역시나 반드시 직접 해 보아야 합니다. 휴대폰을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자, 이제 휴대폰을 눈 바로 앞까지 가져간 후 휴대폰 화면에 적혀있는 글자들을 읽어보세요. 안 보인다고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두 눈을 크게 뜨고 글자를 읽으려고 해보시길 바랍니다. 10초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세요. 어땠나요? 잘 읽혔나요? 아닐 겁니다. 액정의 밝은 빛 때문에 오히려 눈만 아프고 눈물이 찔끔 났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휴대폰을 충분히 눈에서 멀어지게 한 후 글자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번엔 어떤가요? 아마 더 편안하게 잘 읽혔을 겁니다. 문제는 휴대폰이 아닙니다. 휴대폰과 거리가 가까운 게 문제이지요. 저는 휴대폰을 바꿔야 한다고, 없애야 한다고, 또는 사실 휴대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우리는 그 내용을 더 선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반면, 그로부터 받는 영향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생각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똑같이 반응하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눈 바로 앞에 가져다두고 잘 보이지 않는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애쓰고 노력하다가 눈물이 찔끔 나와버리는 순간만 반복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의 의제는 생각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생각과 거리를 두고, 생각과 ‘나’ 사이에 공간감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이제 생각과 거리를 두기 위한 조금 더 실용적인 명제들을 소개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의제가 생각 그 자체가 아니라 생각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후 이어지는 설명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의 주제는 생각에서 보는(look from thought) 것이 아니라 생각을 보는(look at thought) 것입니다. 디스턴싱은 생각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벗어던지고, 생각을 그저 생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감을 만드는 일을 뜻합니다. 생각 자체는 위험하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위험은 그 생각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생각을 바라보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 있습니다.


디스턴싱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말끔히 없애줄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더 유연하고 단단한 내면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생각과의 투쟁’을 더 잘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아닙니다. 오히려 디스턴싱은 아주 현명한 방식으로 그 전쟁터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다시 한 번, 이는 결코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고 긍정적인 생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생각을 생각으로서, 마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보듯 나의 생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설령 그 생각이 나의 마음속에 팝콘처럼 계속 떠오르더라도, 설령 그 생각이 없어지진 않을지라도, 그것을 아무런 효과가 없는 빈 껍데기의 레몬처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목표는 생각의 내용이 아니라 생각과의 관계입니다.


생각과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생각을 너무 가까이서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즉, 생각을 ‘나’ 자신으로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한 인지치료 학파에서는 이를 ‘인지 왜곡(cognitive distortion)’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기서 왜곡은 우리가 마음 상태에 따라 상당히 편향된 시선을 고수하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왜곡의 대상은 생각의 내용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과 맺고 있는 관계입니다. 우울증이 있으면 우리는 아주 편협한 시선을 가지게 됩니다. 미래는 모두 암담하고, 자신은 한없이 부족하고 취약하다고 느낍니다. 물론 마음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즐겁고 행복한 생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생각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다른 가능성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게 됩니다. 그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아주 명백한 사실로서 받아들일 뿐입니다. 우울증 환자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우울한 생각은 하나의 가능성, 또는 한 가지 심리적 사건이기보다는 명백한 사실에 가깝습니다. 조현병 환자에서 떠오르는 망상적인 생각은 하나의 가능성, 그럴듯한 이야기이기 보다는 절대적 진리에 가깝습니다. 정도만 다를 뿐, 모두 생각과 거리가 가까워 발생한 문제들입니다. 다른 인지치료 학파에서는 이를 ‘융합(fusion)’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즉, 생각과 자신을 찰떡 같이 융합시켜 생각이 곧 나 자신이라고 믿어버린다는 것입니다. 표현만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이야기입니다. 더 쉽게, 생각과 거리가 가까운 것이 문제입니다.


자, 지금부터 의제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길 바랍니다. 예전의 의제는 생각의 내용이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더 나은 생각이었습니다. 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의제는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생각을 ‘나’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과 거리감을 만드는 것입니다. 생각과 나 사이에는 제법 큰 공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의제는 생각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앞으로 ‘생각과 거리두기’라는 표현을 내용이 아니라 관계 측면에서 받아들이고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생각과 거리두기.
생각과 다시 관계 맺기.
생각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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