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삶의 의미가 필요한 이유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다보면 낭만에 빠질 여유가 없다. 가치, 목적, 삶의 의미. 이런 단어들은 철없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정신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종종 삶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는 다소 장난스럽게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때로는 가까운 사람들과 술 한 잔과 함께 삶의 고충을 서로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삶의 의미가 그렇게 가벼운 주제만은 아니다.
학자들은 진정 삶에 의미가 있는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건 왜 중요한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생각들을 제시했다. 20세기 정신과 의사로 활동했던 빅토르 프랭클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사회에 내면의 공허함과 삶의 무가치함의 팽배를 지적하며 의미의 필요성을 열렬히 주장했다. 잠깐, 공허함과 삶의 무가치함? 21세기가 된 지금도 똑같지 않은가?
정신의학적인 관점에서 삶의 의미는 크게 일관성(coherence), 목적성(purpose), 그리고 중요성(significance)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정리된다.
1. 일관성: 자신의 삶을 예측 가능하며 일관된 경험으로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
2. 목적성: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원동력
3. 중요성: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고 스스로 중요한 존재로서 인식하는 능력
즉, 일관되게 목적을 가지고 그것에 큰 가치를 부여하며 노력하는 대상이 있다면 우리는 '삶이 가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로소 살아갈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반면 삶의 의미가 부족한 사람들에서 정신질환의 발병률과 증상의 중증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특히 삶의 의미와 우울증의 중증도 사이에는 강한 반비례 관계가 있다. 이외에도 삶의 의미는 불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현병 등 다양한 질환과도 연관성이 입증된 바 있다.
한편 높은 삶의 의미는 정신질환 및 증상에 대한 보호인자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삶의 의미를 평가하는 점수가 높을수록 사회활동이 활발하고 우울감, 불안, 스트레스 등의 부정적 정서를 경험할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는 자살사고 및 자해행위에 대한 억제 인자로 작용하기도 한다. 즉,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시련이 닥쳤을 때 이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심리치료를 통해 삶의 의미를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30개 이상의 무작위 대조 실험 결과를 분석한 메타 분석에서는 심리치료, 마음챙김, 글쓰기 치료 등과 같은 다양한 접근 방식이 삶의 의미를 유의미하게 증가시키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 장기적인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가 삶의 의미를 찾게 되면 우울감을 비롯한 증상의 심각도가 낮아지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울감과 불안과 같은 개별적인 증상에 대한 치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심리치료를 통해 삶의 방향을 바로잡는 것 또한 약물치료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다.
디스턴싱은 이 삶의 의미를 ‘가치’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가치를 찾고자 하는 여정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존재를 풍요롭게 하고,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진정으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아직 나의 진정한 가치를 찾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삶은 결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생각과 거리를 두고 내면을 찬찬히 바라보면 조금씩 가치는 명료해지기 마련이니까. 아니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평소에 안 해보았던 경험들, '나답지 않은' 행동들,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이 모든 것들이 '나는 무엇을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하고 가슴이 뛸까?'라는 질문에 대해 힌트를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Steger MF. Meaning in life is a fundamental protective factor in the context of psychopathology. *World Psychiatry*. 2022;21(3):389-390. doi:10.1002/wps.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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