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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Oct 08. 2024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와 병행해도 될까?

인지행동치료 이해하기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일으키는 사고에 대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법이다. 과거에는 생각의 '내용'을 바꾸는 데에 초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생각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연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지행동치료를 고려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약물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때 종종 두 치료를 함께 병행해도 되는지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답은 "병행해도 좋다. 어쩌면 더 좋을 수 있다"다. 정말 그런지 살펴보자.


기분장애 분야의 권위 있는 저널인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제목은 ‘감정장애에 대한 인지행동치료 결과의 조절 변수로 작용하는 걱정, 반추 및 부정적 메타인지 신념(Worry, rumination and negative metacognitive beliefs as moderators of outcomes of Transdiagnostic group cognitive-behavioural therapy in emotional disorders)’. 제목 거창해 보이지만, 부정적인 사고 방식이 인지행동치료의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연구다.


연구는 스페인의 22개 일차진료기관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우울증, 불안장애 또는 신체화 장애로 진단받은 631명의 성인남녀가 참여하였고,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두 그룹에 배정되었다. 첫 번째 그룹은 증상에 대한 약물치료와 일반적인 상담만 시행하였고, 두 번째 그룹은 약물치료와 상담에 더해 3~4개월에 걸친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였다. 이때 인지행동치료는 부적응적인 사고방식을 식별하고 보다 적응적인 사고방식을 개발하도록 돕는 인지 재구성, 그리고 주변 자극을 통제하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행동 수정요법이 주를 이뤘다. 추가적으로 두 번째 그룹에서는 이완요법 훈련과 질병에 대한 교육도 함께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일반적인 약물치료와 상담만 받았던 대조군에 비해 3~4개월가량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 실험군에서 불안 및 우울 증상이 더욱 크게 개선되었다. 다만 삶의 질이나 일상 기능 측면에서는 두 그룹 간에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삶의 질과 기능은 장기적인 척도이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연구 기간 동안 유의미한 변화를 관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점은 동일하게 인지행동치료를 받았던 실험군 내에서도 치료 결과가 다양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 시작 시점에 평소 걱정 수준이 높다고 보고한 참가자에서 일반적인 치료를 받았을 때보다 인지행동치료를 추가했을 때 불안과 우울 증상이 더 많이 감소했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인지행동치료의 혜택을 더 많이 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걱정뿐만 아니라 반추도 치료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추 경향이 낮은 사람보다 자주 반추하는 사람이 인지행동치료에 더욱 적합하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리하면 “약물치료 단독으로 치료를 하는 것보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병행되었을 때 치료 효과가 더 좋고, 특히 걱정 수준이 높거나 반추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서 인지행동치료의 효과가 좋다” 정도로 결론내릴 수 있겠다.


약물과 인지행동치료는 상호보완적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약물은 당장의 정서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 인지행동치료를 밟아나가는 힘을 만들어준다. 한편 인지행동치료는 약물로는 배울 수 없었던, 나의 내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나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등을 배우고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약물치료는 중요하다. 하지면 평생 우울감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심리적인 어려움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배우고 연습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약물과 인지행동치료, 두 가지를 모두 적절하게 잘 이용할 때 가장 큰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Barrio-Martínez S, Cano-Vindel A, Priede A, et al. Worry, rumination and negative metacognitive beliefs as moderators of outcomes of Transdiagnostic group cognitive-behavioural therapy in emotional disorders. J Affect Disord. 2023;338:349-357. doi:10.1016/j.jad.2023.06.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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