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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Dec 09. 2021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죽을 것인지

염색체


세포 안에는 염색체가 있다. 염색체는 우리 몸에 대한 정보, 흔히 말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 정보로부터 우리 몸이 사용할 모든 물질들이 만들어진다. 만일 유전자라고 하는 이 정보가 손상되면 세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게 되고, 그에 따라 우리 몸은 늙어가게 된다. 따라서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염색체를 아주 강하게 결합시켜서 철통보안을 만들면 좋을 것 같지만 그러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우선 몸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염색체에 내재된 정보를 자주 사용하여야 하는데, 만일 염색체를 너무 강하게 묶어두면 우리 몸이 그 정보를 이용할 수가 없다. 정보를 이용하는 데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서 우리 몸이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 염색체의 끝부분은 조금씩 닳기 마련이라, 이 끝부분을 새로 만들어주는 기전이 필요한데 이를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라고 하는 효소가 담당한다. 하지만 이 텔로머레이스가 과도하게 작동하면 노화하지 않고 끊임없이 분열하는 세포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암세포 중에는 텔로머레이스가 과도하게 작용하는 것들이 있다. 즉 '삶'을 위해 필요한 효소가 '죽음'에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염색체는 자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남성의 경우, 하루에도 몇 번이고 염색체를 풀어서 복제하는 과정인 감수분열을 통해 염색체를 정자에 담게 되는데, 염색체가 너무 강하게 묶여있으면 이러한 과정을 잘 시행할 수가 없다.


 본질적인 문제도 있다. 염색체가 약하게 묶여있다는 말은 돌연변이가  발생할  있다는 뜻이다. 염색체가 튼튼하게 묶여있어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않으면 무조건 좋은 일일까?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들의 유전자가 동일하면 우리는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멸종하고  것이다.  조금씩 발생하는 돌연변이 덕분에 모든 사람들의 유전자가 다르기, 우리를 공격하는 바이러스가 발생하여도 운이 나쁜 몇몇 사람들만 운명을 달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살아갈  있는 것이다.


 모든 내용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한다. 우리의 유전자는 본질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조금  인문학적인 말로는 삶이 있으려면 죽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가 평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왔다면 마찬가지로 다음 문제 또한 충분히 고민해보아야 한다.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죽을 것인지, 무엇을 지켜나가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1.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사이언스북스(2000), p.270-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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