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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Nov 08. 2021

사회적 원동력의 회복

병원을 나가며


늘 마음에 품어왔던 말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간단한 말이지만 좀처럼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말이지요. 하지만 저는 분명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믿습니다. 그리 믿고 달려와 많은 변화들을 이루어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비단 저에게만 적용되는 법칙은 아닐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큰 성취를 이루어낸 사람들을 살펴보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굳건한 믿음을 지켰던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고 세 번 읊조리고는 끝내 역전을 하여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한 펜싱선수가 있었지요. 역시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곤 합니다.


언젠가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취업은 잘 되지 않고 집값은 나날이 치솟아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이 자조적으로 만든 단어였습니다. 저는 그러한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명문대학교를 나와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었기에 그리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그러한 삶이 보장되지도 않지요. 다만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반복될 때마다 우리 사회가 병들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헬조선'이라는 단어 속에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갉아먹는 깊은 무력감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가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운지, 정치적으로 혼란한지, 사회적으로 부패하였는지와는 무관한 문제입니다.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지워버린다는 측면에서 이미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인식은 건강하지 못한 문화인 것이지요.


다행히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턴가 점차 사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OECD 자살률 1위.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2019년까지 2017년 한 해를 제외하고 OECD 자살률 통계에서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20, 30대들의 자살이 다시 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2021년도에는 우울증 유병률도 OECD 1등을 기록한 바가 있지요.


돌아보면 모두들 너무도 쫓기듯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모두들 악을 쓰며 살고 있는 것인지. 문득 우리만 이렇게 힘들게 사나 싶어 외국에서 오래도록 생활한 친구에게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마음에 여유가 없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더 여유롭고 편하게 지내는 거 같은데..."

   "그럼 거긴 우리나라보다 입시가 쉽나? 취직이 더 쉽나?"

   "그건 또 아닌 거 같은데..."

결국 힘들고 어려운 건 비슷한데 유달리 우리만 고생하며 산다는 것이지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가 또한 마음가짐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이야 말로 우리들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주된 원동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당장에 직면한 과제는 기술혁신이 아니라 '희망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구축'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를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특히 정신건강과 관련된 부분들은 여전히 개인의 의지 문제 쯤으로 간과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행복'이라는 사회적 원동력을 회복하는 데에 힘을 쓰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뜻을 품고 병원에서 잠시 나오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수련을 받지 않고 작은 회사를 운영하며 정신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자 합니다. 얼마나 고생스러운 일인지, 얼마나 오래 걸릴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의식이 있고 시도해 볼만한 해결책들이 있다면 나머지는 역시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겠지요. 저는 저와 제 동료들이 분명 그러한 일들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한번은 병원 밖에서 사업을 해보겠다고 하니 친구가 되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항상 진지하게 글쓰고 하더니 갑자기 웬 사업이야? 돈 버는 일에 관심이 많아?"

물론 사업이란 돈을 떼어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투자자와 직원들에게 합당한 보수를 지급하려면 회사도 그에 맞는 이윤을 창출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과정이 반드시 목적이 될 필요는 없겠지요. 제가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브랜드 중에 '파타고니아'라는 곳이 있습니다. 유명한 암벽등반가인 이본 쉬나드가 설립한 파타고니아는 환경친화적인 등반 용품과 의류들을 제공하며 단숨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파타고니아를 소개하는 책의 표지에는 이러한 글귀가 있습니다.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

사업을 하는 다른 누군가는 철없는 말이라고도 비웃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기업이란 해결해야 할 명확한 문제의식이 있을 때에, 그리고 다른 지표들이 아닌 그런 문제의식에 더욱 집중을 할 때에 그에 걸맞는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윤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서 따라오는 것이겠지요. 저희의 상황에 맞추어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겠네요.

   '건강이 목적, 사업은 수단'


저는 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그런 제가 병원 밖으로 나왔다는 건 생명을 다루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겠지만 우리 사회가 한층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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