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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Oct 28. 2023

달리기는 항우울제다

우울증 치료: 항우울제 vs. 운동(달리기)

“운동 열심히 하세요.”


우울증 진료를 받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의 클리셰 있지 않는가? “밥 잘 먹고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기분 좋은 일들 많이 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요.” 의학을 전공한 필자는 종종 주변 사람들로부터 “저런 말은 나도 하겠다”라는 불평을 들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정말 빈말이 아니라면 어떨까? 사실 운동이 우울증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제법 많이 쌓였다. 이번에도 비슷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2023년 5월,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린 한 연구에서 항우울제와 달리기 ‘치료’의 효과를 비교했다.


대상자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 실험은 간단하다.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통상적으로 시행하던 약물치료를, 두 번째 그룹에게는 16주 동안 주 2회 이상의 달리기를 시행했다. 결과가 신선하다.   

16주 후 관해율(질환의 증상 및 징후가 완화되거나 사라지는 정도)에 차이가 없음. 즉, 효과가 동일함. 

        → 항우울제 적용군: 16주 후 45%가 더이상 우울증/불안장애로 진단되지 않음. 

        → 달리기 치료 적용군: 16주 후 43%가 더이상 우울증/불안장애로 진단되지 않음. 

        → 두 집단 사이의 관해율 차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음.  

신체 건강 지표 개선은 달리기를 적용한 그룹에서 더 높음(몸무게, 허리둘레, 혈압 및 심장 기능 등).

항우울제 적용군 중 82.2%는 실험이 끝날 때까지 약물 복용을 완료한 반면, 달리기 치료 적용군은 52.1%만 치료를 완료함.


정리하면, 항우울제와 달리기가 우울증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동일하다. 신체 건강은 달리기에서 더 많이 개선된다. 하지만 16주 동안 주 2회 이상 달리기를 하는 건 그저 알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므로, 끝까지 마치기 쉽지 않다.


다만 그렇다고 달리기가 항우울제와 동일한 효과를 지닌다는 것은 아니다. 본 연구도 문제가 많다.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통해 도출된 결과도 아니고, 연구에서 적용한 항우울제의 용량이 통상적인 경우보다 작았다는 지적도 있다. 진단 기준도 보편적인 국제 기준인 DSM-5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울증의 중요한 증상 중 하나가 무기력인 상황에서 달성해야 할 결과(신체 활동의 증가)를 해결책으로 내미는 것도 모순이다. 우울증에 놓인 사람들이 왜 몸을 움직일 수 없는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질환의 치료에 있어서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 과학적으로 검토해보았을 때 결과적으로 병이 낫거나 줄어들면 그뿐이다. 항우울제가 분명 효과가 있는 건 확실하다. 약물치료의 효과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정신건강을 챙기고, 다시 찾아올 우울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려면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익히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경우엔 자신의 마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를 배우는 인지행동치료, 그리고 운동이 항우울제에 더해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의사들이 “운동 열심히 하세요”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말이 생략되어 있다는 걸 깨닫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고려하자. “운동 열심히 하세요(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건 항우울제만큼이나 큰 효과가 있는 일이거든요. 심지어 신체 건강도 챙길 수 있어요. 항우울제가 신체 건강을 좋게 해주진 않죠. 부가적인 이점이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어요. 물론 운동을 매주 2회 이상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분명히 중요합니다. 항우울제만큼이나 중요한 ‘치료’예요. 이 또한 하나의 처방으로 받아들이고 운동에 임해보세요). 자, 다음 환자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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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blog/depression-treatment-ru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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