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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를 흔드는가》

1편. 흔들림을 처음 감지했던 순간

by 지쿠 On

나는 오랫동안 몰랐다.

내가 물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세상을 피하며 살아왔다는 것도.


사실, 생각해 보면

작은 흔들림 들은 그전에도 있었다.

망설임, 미루기, 방향을 바꾸는 습관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조용히 지나가 버렸고,

나를 깊게 흔들어 놓을 만큼 각인되지는 않았다.


진짜 흔들림은,

내 안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꿔놓은 순간은,

수영장에서 물공포를 처음 인지한 그때였다.


처음 감지된 작은 균열


수영을 배우기 위해 수영장에 들어섰던 어느 날,

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마주했다.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물속에 넣는 아주 단순한 동작 하나.

그 순간,

내 몸은 생각보다 훨씬 깊게 거부하고 있었다.


나는 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단순히 물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숨을 쉬지 못하게 되는 상황,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는 감각,

무력해지는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


그 모든 감정이,

고요하게, 그러나 확실히

내 몸을 타고 올라왔다.


무언가가 오래전부터 나를 지배해 왔다


어릴 적,

차가운 물속에서 숨이 막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기억을 의식 속에 남기지 않았다.

그저 “물이 싫다”고만 여겼다.


회피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운 내 삶의 방식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망설이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피해 가고,

그 모든 행동이

그저 성격 탓인 줄로만 알았다.


나는 몰랐다.

두려움은 형태를 바꾸어

내 모든 삶에 스며들어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질문이 생겼다


그날 수영장에서,

나는 단순히 “물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넘어

더 깊은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며 살아왔던 걸까?”

“나는 무엇을 향해 살아가야 했던 걸까?”


두려움은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의 방향에 대한 신호였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앞으로 무엇을 살아낼 것인지를 묻게 하는 힘이었다.


흔들림은 그렇게 시작된다


흔들림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다.

거창한 실패나 위대한 도전이 아니다.


그건 아주 조용하게 찾아온다.

숨을 고르지 못하는 한순간,

마음 한구석에서 올라오는 설명할 수 없는 저항감.


나는 알게 되었다.


흔들림이란,

나를 다시 살아보게 만드는 작은 신호들이었다는 것을.


나는 지금도 묻고 있다


그날 이후,

나는 멈출 수 없는 질문을 품게 되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외면하고, 무엇을 마주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은 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살아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나는 계속 묻고 또 묻는다.


흔들리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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