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울 강혜숙 May 08. 2024

과자를 좋아하는 너에게

잔소리 1탄

사랑하는 수연아!


왜 과자를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참 바보 같은 질문이겠지?

엄마도 어릴 때 과자 한 봉지 사 먹으려고 할아버지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몰래 꺼낸 적도 있었어. 그때 한참 맛있는 과자가 쏟아져 나왔고, 친척들이 우리 집에 오실 때면 '종합선물세트'라는 걸 사들고 왔어. 거기엔 평소에 먹어보지 못하던 비스킷, 쿠키, 스택, 사탕, 캐러멜 같은 과자류가 잔뜩 들어 있었지.


수연아, 가끔 아빠가 너에게 원하는 과자를 사 주시잖아. 그걸 먹고 나면 네가 만족할 줄 알았는데, 한 번 먹고 나면 다음 날도 또 먹고 싶어 하더라. 네 허벅지에서부터 종아리까지 피딱지가 앉은 걸 발견한 날, 엄마는 너무 놀랐어. 그렇게 가려워서 피가 나도록 긁으면서도 과자가 먹고 싶은 거지? 연고를 바르면 괜찮아지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아직 너는 어려서 그게 얼마나 심각한 건지 잘 모를 수 있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너와 같이 과자를 먹고 나면 엄마는 다음 날 심하게 피곤하거나 기운이 없어져. 지금은 조만간 회복될 수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그래서 엄마는 과자를 너무 좋아하는 네가 걱정돼. 


지금은 엄마, 아빠가 네가 먹는 과자를 조절해 줄 수 있지만, 스무 살이 넘으면 성인이니까 네가 스스로 조절해야 해. 어쩌면 편의점 도시락에 음료수와 핫바, 삼각김밥과 라면, 냉동 만두 이런 걸로 하루를 살 수도 있어. 어쩌다 한두 번은 괜찮아. 건강한 음식을 먹어서 영양소를 보충하면 되니까. 하지만 계속 가공식품을 먹는다면 영양소 결핍이 생겨서 자신도 모르는 새 조금씩 건강이 나빠진단다. 


과자가 맛있는 건 달콤한 설탕과 과당, 고소하고 바삭한 트랜스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야. 게다가 예쁘게 보이려고 색소도 넣고, 입과 코를 만족시키기 위해 향료를 넣지. 이런 색소나 향료, 조미료 같은 걸 식품 첨가물이라고 해.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식품첨가물은 많이 먹으면 해롭단다. 또 인공 색소나 향료는 우리의 감각을 헷갈리게 해서 건강한 음식 대신 가공식품을 선택하게 만들지. 그리고 중독이 된다는 게 문제야. 


너는 한 가지에 빠지면 잘 헤어나지 못하는 기질을 갖고 있어서 음식이든, 게임이든 뭐든 중독되기 쉽단다. 그래서 거꾸로 말하면 너는 뭔가 하나에 집중하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파고들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는 말이기도 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말이야. 이왕이면 너의 이런 기질을 잘 사용해서 너에게 해로운 것은 절제하고 이로운 면을 계발하면 어떨까?


네가 정말 관심 있고 꼭 도전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 분야에 파고들어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가 올 거야. 그런데 네가 음식중독이 되고, 몸이 아파서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엄마는 무지 속상할 거야. 요즘에는 수무 살밖에 안 됐는데 암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더라. 어려서 암에 걸리면 암도 빨리 성장해서 금세 사망하더라고. 그래서 너무 안타까워.


엄마는 네가 건강하게 너의 삶을 누리길 바라고 있어. 

언젠가는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울 거야.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