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하늘을 보게 되는 것

결혼은 처음이라

by 지나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길을 걷다가 허밍을 하고 있다고 한다.


비가 오고 습한 장마철. 오래되어 보이는 빌라 맨 꼭대기 층에 필자는 첫 신혼집을 꾸려 살고 있다. 오래된 빌라이긴 하지만 구조가 효율적으로 잘 잡혀 넓어 보였던 부분, 새로이 리모델링을 해 깨끗했던 점, 기가 막힌초역세권 위치 등 예산을 고려하여 마음에 드는 곳이었기에 빠르게 계약을 진행하고 현재 약 2년간 살고 있다.


그러나 오래된 빌라는 첫겨울부터 하나 둘 문제가 보였다. 바로 습기다. 처음 집을 둘러볼 땐 살고 있는 세입자의 채워진 가구로 미처 보지 못했던 약간의 곰팡이. 심하진 않지만 구석에 약간 퍼진 곰팡이를 보지 못했다. 겨울에 이사를 오고 보니… 외부와 내부의 극심한 온도차로 벽이 축축해지고 거실 쪽 타일은 물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집을 스스로 구해본 적도, 이런 습기가 많은 집에 사는 것도 처음인 필자는 너무 실망이 컸다. 애석하게도 사태는 심해져 결국 집주인에게 말했고, 외벽 쪽 구석 부분의 원인은 환기, 내벽이 축축해지는 건 화장실의 방수에 문제라고 생각한 집주인께서는 화장실을 올 리모델링을 했다. (화장실은 유일하게 리모델링이 안 되어있어던 공간이었다)


화장실까지 리모델링을 진행하게 되었기에 ‘오히려 좋아’라는 생각으로 어찌어찌 겨울을 보내었지만, 필자에 눈에는 집의 안 좋은 점만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숭해버린 벽지는 되돌릴 수 없고, 너무 보기가 흉하며, 꼭대기 층이라 여름엔 덮고 또 한쪽 벽면은 다락방 마냥 기울어져 있어 그 벽면은 가구하나도 효율적으로 세우기가 어렵고, 현관문은 오래돼 약간의 노하우로 여닫음해 야하고 등등 좋은 점은 사라지고 안 좋은 점만을 생각하며 다짐했다. “2년만 살고 이사 갈 거야!”


2년이 다가오는 올해 여름, 드디어 일이 났다. 쏟아지는 장맛비에 현관과 화장실 앞 천장이 불룩하게 솟은 게 아닌가..? 애석하게도.. 빗물이다.. 빗물이 새어 벽지 가득 찼고, 베란다 가벽 쪽은 똑똑 물이 새고… 하… 부정의 부정의 기운이 가득 차 버렸다. 속이 상하고, 너무 이사를 가고 싶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2년 더 살아보자라고 남편과 이야기한 후 얼마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기에 이보다 더 속이 상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물이 새는 천장은 집주인과 이야기하고 우선, 살짝 구멍을 뚫어 빗물을 빼내기로 하고. 바가지를 아래 두고 빗물을 받기 시작했다. 그걸 보던 남편이 드립커피 한잔하자며 농담을 치자, 나는 고로쇠물 한잔 하자라고 웃으며 되받아쳤다. (화장실 천장 빗물은 녹물처럼 갈색이었고, 현관 쪽 천장 빗물은 투명했다.) 남편이 던진 가벼운 농담 덕에 우울하고 속상했던 상황이 재밌게 느껴졌다. 심각하고 부정적이 게만 보이던 일과 상황들이 남편과 함께일 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힘이 생긴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남편에게도 내가 그러한 힘을 줬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결혼을 하기 전보다 훨씬 더 자주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자연을 보고, 길을 가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허밍을 한다. 결혼해서 참 좋다. 연애보다 좋은 게 결혼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2024.07.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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