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My memory
나를 슬프게 하는 접시 # no.1 유리 김밥
손이 부끄러운 음식이 있다.
천 원 한장을 내밀고 차가운 은박지의 감촉에 다시 한 번 손이 부끄럽다. 다 식은 무덤덤한 정성이 안쓰럽다. 검은 봉지를 내미는 주인장의 손에는 나무 젓가락과 노오란 단무지 세 쪽이 든 작은 봉투가 들려있다.
괜히 나는 미안하다. 배가 부르더라도, 반 줄 정도 남기더라도 다음 번에는 기여코 두 줄을 사고야 만다. 그런데 젓가락을 몇 개주랴는 질문이 새삼스럽다. 언제나 손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나는 부끄러운 김밥을 좋아한다. 유리가루가 붙은 엄마 김밥보다 안 슬퍼서, 나는 괜찮다.
나는 다 벗겨진 금 테두리가 안쓰러운 몇 점의 꽃그림이 있는 접시를 기억한다. 엄마는 식당에 일 나가기 전에 그 날따라 후하게도 김밥을 싸주셨다. 학원에 가는 친구들을 이유없이 바래다 주고서야 텅 빈 집에 돌아왔다. 아무것도 없어 알량한 식탁 위에 김밥 접시가 놓여있다. 랩을 씌워둔 꽃 몇 점이 그려진 김밥 접시를 들고 텔레비전 앞으로 간다.
쨍그랑.
김밥 접시가 바닥에 떨어졌다. 사방에 유리알이 튀었다. 김밥에도 유리알이 뭍었다. 엄마의 정성이 아까와 김밥을 주웠다. 유리알을 발라낸다. 한 알을 입에 집어 넣었다. 와사삭 유리가 씹힌다.
입에 있던 유리 김밥을 퉷 뱉고는 울었다.
다친 곳이 하나 없는데도 괜히 나는 그날 서럽게 울었다. 반짝이는 유리 김밥을 한참을 망설이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서도 자꾸 눈물이 나 한참을 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