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뚝뚝 떨어진 흠뻑 젖은 몸으로 어디든 자리 잡고 앉아 바삭하게 구워진 식빵을 먹을 만큼 집어온다. 다이빙 수트는 상체만 대충 벗어 젖은 몸을 햇볕에 말린다. 조금 타겠지만 괜찮다. 더운 날씨에 버터는 녹아 물컹댄다. 포장지 밖으로 버터가 새어 나오지 않게 조심스럽게 하나 꺼낸다. 그새 내 엉덩이 붙일 자리가 없어졌다. 보트 바닥에 앉아 테이블 없이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다. 딱히 내가 앉았던 자리를 낚아챈 금발의 언니를 흘겨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안녕, 젤 편한 자리를 낚았네.-
웃음으로 화답하자 자연스레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첫 번째 다이빙에서 본 물고기를 자랑했다. 한 마리의 청소 고기가 내내 따라다니며 모기 물린 자국을 벅벅 긁어 생긴 상처 딱지를 다 갉아먹었다. 물론 그 얘긴 하지 않았다. 녹은 버터를 플라스틱 포크로 덜어 바삭하게 구워진 식빵에 바른다. 내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바닷물 몇 방울에도 조금 눅눅해졌다. 살짝 옆 접시를 엿보았다. 어쩜 저렇게 크림치즈처럼 녹은 버터를 얇고 균일하게 빵에 바를 수 있는 거지? 난 반이나 바르고도 빵 가장자리엔 버터가 닿지 않아 더 바르는 바람에 무척 느끼하고 눅눅한 토스트가 되었는데 말이다. 녀석은 갓 구운 빵이 눅눅해지기 전에 빠르게 소량의 버터 바르기를 신속하게 마치곤 나 보란 듯이 바삭함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래, 너는 이제부터 바삭한 빵이야. 여기저기서 아사삭하는 맛있는 소리가 나는데 참 눈치 없게도 쭈욱 흐물거리며 늘어지던 나의 버터 반 식빵.
-너는 혼자 여행 중인 거야?-
바삭한 빵이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고 되물었다. 너는 친구와 함께 여행 중인 거야?
덥수룩한 수염이 고개를 저었다. 같은 다이빙 샵을 이용하다 보니 시간대가 들어맞아 자주 보게 되었다고, 딱히 여행을 같이 하는 친구는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이 녀석은 라오스, 치앙마이, 꼬 따오 이렇게 세 곳을 떠도는 중이야. 계속 이렇게 자신만의 버뮤다 트라이앵글을 만들면서 말야-
덥수룩한 수염이 말했다. 아주 커다란 수중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나와 바삭한 빵이 얘기 중이던 찰나를 찍었다. 우리 둘 다 잘 나왔길 바래. 속으로만 생각했다. 바삭한 빵이 얇디얇은 토스트 하나로 아침식사를 마친 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었다.
사실 그는 일을 그만두고 여행 중이며, 여행을 떠난 지 꽤 오래됐지만 아직 여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할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하곤 아주 옅게 웃었는데 좀 슬퍼 보였다. 내가 슬펐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회사를 다니긴 했는데, 일도 그냥 그런 것 같았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긴 잘 어울리지도 못했고, 그 이유는 모르겠고 그래서 그냥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 중이라고 했다.
회사를 다니긴 하는데, 일도 그냥 그런 것 같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는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그만 둘 용기가 없어 무거운 연차 몇 개를 겨우 끄집어내 그럴듯하게 여행자 흉내를 내는 나는 또 이 사실은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바삭한 빵에게 말했다.
-나도 가끔은 잘 지내는 척하고, 잘 맞는 척도 하고, 괜찮은 척 하기도 해-
바삭한 빵이 웃었다. 그 웃음을 보자 내가 조금 더 솔직해도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의 두 번째 다이빙 이후 우리는 좀 더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친해졌고 다음 날도 같은 시간대에 다이빙을 하는 바람에 또 만나서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시간의 틈을 공유했다.
-내일도 아침 다이빙할 거지?-
-응, 아마도-
다음 날, 덥수룩한 수염이 홀로 보트 구석에 앉아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친구는?-
-글쎄, 안 온 거 보니까 치앙마이로 떠난 거 같아. 뭐 다시 오겠지, 언젠진 모르겠지만-
토스트와 녹은 버터를 집어 들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 나는 그렇게나 얇게는 버터를 바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