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하우스 앞마당에서 하루 죙일 낑낑대던 때 뭍은 하얀 푸들과 놀고 있는데 픽업 차량이 도착했다. 하이, 하고 먼저 인사했는데 역시나 커플들은 아, 또 태워 맙소사! 하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은 그 시선이 인종차별인가 싶기도 하다.
흥. 왓 에버
그런데 신경 쓸 내가 아니다. 옆 자리 꼬마와 아주머니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우린 이거 타고 농 키아우까지 가는 건가요? 아니면 내려서 갈아타나요?-
다들 잘 모른다는 대답만 하곤 또 조용해졌다. 그냥 나도 닥치기로 한다. 역시나 터미널에 차를 세우더니 다른 차로 갈아타라고 한다. 짐을 미니밴 지붕에 올리고 타려는데 자리가 부족해 보인다. 새침하던 옆자리의 영국소녀는 영수증을 가져오지 않아 차표를 끊지 못했다. 역시 우린 인연이 아니구나. 어찌할지 몰라 서성대는데 멋진 곱슬머리 여자가 앞좌석에 앉아 말을 걸었다.
-안녕, 우리 슬로우보트에서 만났지?-
-안녕? 그런 것 같은데?-
독일의 저널리스트이며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녀는 자리가 부족하니 앞자리에 같이 앉자고 했다.
-그래도 괜찮겠어?-
-왓이 낫?-
출발시간 30분을 넘기고 드디어 차는 출발했다. 농 키아우, 작은 북부의 시골 마을로!
우린 동갑내기였고 둘 다 홀로 여행 중이었으며 둘 다 남들이 다 가는 방비엥을 피해 농 키아우로 가는 중이었다.
-많은 여행자들이 그러더라구, 파티 피플이 아니면 방비엥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자스민의 말에 동의했다. 나는 파티 피플이긴커녕 엄청 지겨운 사람이다.
-숙소는 예약했어?-
자스민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아니, 노 플랜 베스트 플랜-
자스민과 나는 함께 숙소를 찾고 주변의 인디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달린다. 중앙선을 여러 차례 넘고 물소가 도로를 막고 비켜주지 않는다. 오리 가족이 단체로 꽉꽉 뒤뚱뒤뚱 도로를 건넌다.
기사님은 열심히 운전하시는데 나와 그녀는 잠에 빠졌다. 도대체 왜 앉아서 자면 입이 벌어지는 건지.
하나의 휴게소를 거쳐 3시간 후 농 키아우 터미널에 도착했다. 기사님이 타운까지 걷던지 툭툭을 타라고 한다. 미니밴에서 내려 배낭을 챙기고 툭툭 기사에게 가격을 흥정한다. 1인당 5000낍, 뭐 그냥 타도되겠다. 툭툭에 앉아 꽤 먼길을 달렸다. 타운에 내려준다.
100명도 채 살지 않는 마을, 툭툭에서 내리는데 익숙한 동양인 남자가 아주 놀랍다는 듯 우리를 구경하다가 다가와 물었다.
-웨얼 유 가이즈 프롬?-
-디스 웨이, 프롬 터미널-
남자는 연신 머리를 긁적이며 어찌할 줄 몰라하다 또 물었다.
-프롬 웨어?-
-위? 프롬 루앙프라방-
자스민이 남자를 구제라도 해야겠다는 듯 친절하게 대답했다.
-오, 웨어 알 유 프롬?-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아임 프롬 코리아-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내가 대답했다.
-어? 한국분이세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더욱 놀랐다는 듯 믿을 수 없다는 듯 제차 물었다.
-한국인.. 맞죠?-
많이 타긴 탔구나.
-네. 맞아요-
남자는 더욱더 우왕좌왕하며 외국인들이 막 툭툭에서 한 무리가 내려서 너무 놀랐다며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 아마도 이곳의 유일한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던 중이라는 남자에게 가격대를 묻고 또 보자며 인사를 건넸다.
자스민과 함께 강가가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나섰다. 첫 번째 게스트 하우스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게스트 하우스가 더 멋졌다. 이곳의 주인 푸이는 너무나 귀여운 할머니였다. 가격 흥정에 들어가자 그녀는 깜짝 놀랄 만큼 귀엽게 손으로 뽀뽀를 보내며 만킵을 더 깎아주었다. 그리곤 비밀이라고 쉿 하고는 웃었다. 맙소사! 난 이렇게 귀여운 할머니는 처음 본다!! 농 키아우 전체에 물과 전기가 끊긴 상태여서 우린 둘 다 푸이네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고 여기저기 긁적거리며 무척 맛있다는 인디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왜인지 이 북부 시골 마을에 3개의 인디안 레스토랑이 있다. 플레인 난과 믹스드 베지터블 커리를 주문하고 자스민도 플레인 난과 다른 종류의 커리를 주문했다. 전기가 나가서 라씨는 먹을 수 없었다. 슬로우보트에서 만난 어린 네 명의 히피가 뒷 테이블에 앉아 희희낙락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깜짝 놀랄 만큼 예뻤다. 늘 이마에 금빛 원을 찍고 다녔고 내가 그녀를 슬로우보트, 빡벵 그리고 농 키아우 이렇게 세 차례 마주칠 때마다 맨발이었다.
두툼한 플레인 난에 카레를 담뿍 찍는다. 아직도 뜨겁다. 호호 손을 불어가며 한 겨울에 호빵을 먹듯이 맛있게 먹었다. 흐르는 땀은 참아야지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왜 라오스의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이렇게 맛있는 인디안 음식점이 있는 걸까!!
난을 몇 장 쟁여서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출출할 때마다 먹고 싶을 지경이다.
식사를 마치고 자스민은 카메라를 들고 마을 구경에 나섰고 얼른 따라나섰다. 금방 노을이 물들어 그녀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숨이 턱 막히게 아름다운 노을을 사진에 담았고 나도 따라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바로 지금,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함께 있어야 할 사람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