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at my memory

Eat, My Memory

당신이 생각나는 접시 #no. 5 농 키아우의 라오식 누들 수프

by 오M삼min

-아침으론 부족하지 않겠어? 내 과일 좀 먹을래?-

자스민, 엊그제 만났으나 오랜 여행친구 같은 그녀가 걱정스레 물었다.

-사실 식사가 끝났으니 말인데, 나 밤부터 설사에 시달리고 있어-

-왓? 메이비 비코우즈 오브 더 누들 수프?-

농키아우의 뷰 포인트, 절대 쉽지 않은 하이킹 코스였다. 뭐, 현지인들은 플립플랍만 신고 잘 오르긴 한다.

우린 어제 농 키아우 뷰 포인트로 간단할 줄 알았던 하이킹을 떠났고 하루 종일 둘 다 땀에 쩔었고 게다가 엄청나게 많은 개미와 모기에 뜯기며 뎅기열에 걸리지 않기만 바라고 있었다. 산속의 모기는 긴 바지를 뚫으면서까지 내 피를 빨았다. 사방이 막힌 것 같은 지점에 도달하여 이 길이 그 길이 아닌가 하며 길을 잃은 줄 알고 우왕좌왕하다가 핑곗김에 내려가자 하는 찰나에 멋진 덴마크 소녀가 요정처럼 나타나 이리로 가보자, 살짝 어드벤처이긴 하지만, 하는 바람에 나까지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또 어땠는가!

사방이 금방 어두워져 길 중간중간에 나무와 나무 사이를 묶어놓은 로프에 의지하지 않았다면 나는 두 번이나 험한 산새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무사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땅에 내려온 기념으로 우린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 그게 사달이 난 것이다.

자스민이 주문한 파파야 샐러드는 너무 강한 피쉬소스의 맛 때문에 그녀는커녕 나조차도 한 입 먹고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고, 내가 시킨 라오스식 누들 수프 까오삐약은 조금 짜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때 자스민의 경고를 들었어야 했다.


-치킨 누들 수프 맞아? 고기가 너무 분홍빛이야. 마치 덜 익은 돼지고기 같아-

-그런가?-

하지만 나의 푸드 파이터 본능이 힘든 하이킹을 마치고 구물구물 되살아나 나는 거의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말았다. 그날 밤부터 아침까지 나는 화장실을 오갔다. 아! 더운 나라의 화장실 사용은 너무나 힘들다.

아침으로 가벼운 과일만 먹고 물이나 커피 종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 시간 남짓 보트를 타고 므앙응오이로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스민, 나 화장실에 또 가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만약에 내가 갑자기 메콩강에 뛰어들면 너는 그냥 어머나, 제 친구가 '엑시덴털리' 강물에 빠졌어요 라고만 말해줘. 그 사이 난 내 볼일을 볼게-

자스민은 슬픈 얼굴로 아주 진지하게 '난 니가 물소가 똥 싸는 강물에 뛰어들어 너마저 볼일을 보는 와중에 동시에 수영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라고 말해주었다.

아! 친절한 자스민. 내가 널 망신시킬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제발!


간단한 아침을 먹고 또 한 차례 폭풍에 시달린 뒤 우리는 므앙응오이로 향하는 보트에 올랐다. 생각대로 역시 작은 보트라 화장실이 없다. 작은 보트 작은 나무판 의자, 가득한 짐과 사람들. 5분쯤 지나자 내 발가락이 아직 달렸는지 어쨌는지 느껴지지도 않았다. 보트 안에서는 몇몇의 외국인과 또 몇몇의 현지인이 앉아 다 같이 다리를 어찌둬냐하나 이리 찔끔 저리 찔끔 간을 보고 있었다.

두 분이 정겹게 한참 대화를 나누시다 고단하셨는지 금새 잠이 드셨다

서서히 발의 감각이 마비되는 것 같은 순간에, 메콩강의 거대한 절벽과 아름다운 나무 숲에 비가 내렸다. 내게 좋은 카메라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바로 이 순간!!

불편한 보트 때문일까 다행히 내 장은 한 시간을 잘 버텨 주었다. 보트가 어느 지점에 서자 아주머니 한 분이 소리쳤다.

-므앙응오이, 므앙응오이-

좁은 공간에 구겨 넣은 거대한 몸을 한 짝씩 보트 밖으로 내밀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숙소 예약했어?-

이스라엘에서 왔다는 한 청년이 물었다.

-아니-

-헤헤 미투, 쏘 쿨! 노 플랜 베스트 플랜-

므앙응오이 누아의 메인 로드. 게스트 하우스와 가게, 각종 바가 늘어서 있으며 곳곳에 가축이 방목되고 있다

청년이 저만한 배낭을 메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떠나고, 자스민과 나도 배낭을 둘러맸다.

한 히피 청년이 마침 보트에서 내렸다. 그에겐 작은 우쿨렐레와 지갑이나 여권 정도만 들어갈 크기의 가방밖에 없었다. 나는 청년에게 호기심이 생겼지만 아마도 그는 나에겐 버겁도록 자유로운 존재일 것이기에 나는 그가 그의 길을 가도록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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