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at my memory

Eat, My memory

당신이 생각나는 접시 #no. 2 외로운 야시장의 팟타이

by 오M삼min

혼자 여행을 처음 떠난 날, 나는 저녁시간이 지나서야 숙소에 짐을 풀었다. 혼자라는 불안감 때문일까, 전에 와본 곳으로만 맴돌았다. 전에 와본 숙소, 전에 와본 국숫집.

웬걸, 문 닫았다. 아저씨가 내일 오란다.


배가 고프지만 어차피 가던 곳이 문을 닫았기에 마사지를 받는다. 그냥 다른 데서 먹으면 될 텐데 굳이 고픈배를 부여잡고 마사지는 왜 받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마사지 샾에 들어서자 나를 기억한다. 작년에 함께 왔던 친구 때문에 기억하는 것이다. 친구는 재작년에도 이곳에 왔었다. 나 홀로 들어와 신발장 안에 신발을 챙겨넣는 동안에도 동행이 들어서지 않자, 아저씨가 실망한 눈치다. 목이 빠져라 골목을 기웃대다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다.

노곤노곤 졸다 깨다를 반복하고 무거운 어깨를 걷어내자 발걸음도 살아났다. 여기서 한 번 사 먹어볼까, 망설이다 식당에 들어설 타이밍을 지나쳐 꽤 괜찮아 보이는 곳을 몇 군데 지나쳤다.

용기를 내어 이젠 마지막이라 할만한 골목 끝 야외 노점 식당에 앉아 1500원짜리 팟타이를 주문했다. 혼자 네 명이 앉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왜 이리 불편한지, 친구들과 여행 온 사람들은 왜 이리 재미있어 보이는지, 이것 저것 다 먹음직스러운 것들을 시켜놓고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게 어찌나 부러운지, 이래저래 혼자서 초라해지는 찰나에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팟타이는 맛있었다. 각종 야채와 적당한 면,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양까지 완벽했다. 이걸 먹어보고 호들갑을 떨 친구가 생각났다. 누구보다도 더 맛있게 이 접시를 비울 친구가 생각났다. 혼자서 호로록 몇 점 들자 내가 아는 맛보다 더 멋진 맛이 느껴졌다. 노점을 아주 잘 찍은 모양이다. 야채도 아삭아삭 적당히 잘 익었다. 딱히 배가 부르지도 않고 팟타이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는 아삭한 청경채를 마지막으로 감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내려놓은 젓가락을 보이는 순간 팟타이에게 밉보였다.

반지르르 기름기가 적당히 흐르는 탱탱한 면도, 좋아하는 숙주나물도 모두가 한 통속이 되어 나를 따돌렸다. 으깬 땅콩은 어찌나 심하게 나를 따돌리는지 접시 밖으로 도망 가버렸다. 그렇게 심하게 당하는 걸 사방의 모든 테이블이 눈치챈 것만 같아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자기 식탁의 음식에게 조차 따돌림당하는 사람의 식사가 얼마나 우스울지, 뻔히 테가 나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척 부자연스러운 식사를 하는 나는 또 얼마나 불쌍해 보일지, 나는 도대체 지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까마득해 나 스스로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찬찬히 살펴보기까지 했다. 이 바보 같은 짓을 당장 그만 두기 위해 생각을 멈추고, 내가 싫다는 녀석들을 주워다 입에 몇 번 더 구겨 넣고는 정말 그 자리에 잘 어울리나 더 잘 어울리는 장소로 가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인 척 자연스레 일어났다. 삼삼오오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아무 대서나 춤을 추는 사람들을 지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숙소로 돌아왔다.


좀 편안해진 마음으로 티브이를 보면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따끈한 국물을 들이켰다. 시원한 맥주를 또 한 번 들이켰다. 금니가 간지럽다.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배를 채우고 김 과자를 안주삼아 남은 맥주를 모두 마셨다.


역시나 팟타이는 끝까지 다 먹을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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